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구촌 주식시장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충격에 폭락을 연출한 가운데 월가의 큰손들이 '입질'에 나서는 모습이다.
신흥국부터 크루즈 업체까지 낙폭이 과도한 종목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매수 전략을 펼치는 한편 고객들에게도 '사자'를 권고하고 나섰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블룸버그] |
일부 투자은행(IB)은 반등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가려내는 데 분주한 움직임이다.
바이러스 충격에 올해 주요국 성장률 후퇴는 물론이고 침체 경고가 꼬리를 무는 상황과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3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와 골드만 삭스 애셋 매니지먼트 등 대형 운용사들이 코로나19 확산에 폭락한 종목들을 적극 매입하기 시작했다.
바이러스 확산이 진화되지 않았고, 실물경기 한파가 불가피한 만큼 여전히 대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이 바짝 경계하는 표정이지만 역발상으로 대응하는 투자자들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주에만 뉴욕증시의 S&P500 지수가 11.5% 내리 꽂히자 패닉을 연출하는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 기회가 발생했다는 진단이다.
가치주 투자에 집중하는 운용사 수미트리의 마이클 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바이러스 충격이 강타하기 이전 밸류에이션 부담 때문에 매입할 수 없었던 종목이 적정한 수준까지 밀렸다"며 "월트 디즈니와 찰스 슈왑 등 일부 종목을 이미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는 고객들에게 미국 필수 소비재와 통신 서비스 등 두 개 섹터의 '사자'를 권고했다. 기업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패닉 매도에 따른 주가 낙폭이 지나치다는 판단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 소비자들의 사재기 열풍에서 보듯 필수 소비재 섹터의 경우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UBS는 강조했다.
골드만 삭스 애셋 매니지먼트는 바이러스 확산에 특히 직격탄을 맞은 여행 섹터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호텔과 카지노, 크루즈 고나련 종목과 함께 일본 화장품 업체 역시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컴벌랜드 어드바이저스는 헬스케어 섹터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고, 통상 3~5년 가량 매수 후 보유 전략을 취하는 그린우드 캐피탈 역시 지난주 주가가 폭락하는 사이 비중을 늘렸다. 다만, 공격적인 매수에 나설 때는 아니라는 진단이다.
모간 스탠리는 코로나19가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 이른바 대유행 수순으로 전개될 경우 중국과 싱가포르, 호주 주식이 투자자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공중 보건 위기에 실물경기까지 침몰 위기를 맞으면서 정부가 적극적인 부양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중국은 법인세 인하를 포함해 경기 한파를 진화하기 위한 부양책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고, 싱가포르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재정 확대 계획을 내놓았다.
모간 스탠리는 투자 보고서에서 중국과 싱가포르의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높인다고 밝히고, 호주의 경우 자산시장의 상대적인 저항력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IT 섹터가 유망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웨드부시는 이번 주가 급락이 5세대(5G) 이동통신과 전기자동차 섹터의 유망주를 매입할 수 있는 호기라고 주장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가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클라우드 컴퓨팅 보안 업체인 지스케일러와 소프트웨어 업체 뉘앙스 및 NICE도 매수를 추천했다.
한편 이날 연방준비제도(Fed)는 17~18일로 예정된 통화정책 회의에 앞서 50bp(1bp=0.01%포인트)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1.00~1.25%로 떨어졌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