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못한다'는 이유로 한국인에 면접점수 0점 처리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의 한 수의대가 불분명한 이유로 한국인 수험생 전원을 불합격 처리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된 학교는 지난 2018년 수의학부 신설 과정에서 특혜시비가 일었던 오카야마(岡山)이과대학이다. 이 학교를 운영하는 가케(加計)학원 이사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친구인 가케 고타로(加計孝太郞)다.
가케 고타로 가케학원 이사장.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일본의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3월 12일자 최신호에서 "학교법인 가케학원의 오카야마 이과대학 수의대가 지난해 11월 16일 에히메(愛媛)현 이마바리(今治) 캠퍼스 추의학교의 추천입학 전형에서 한국인 수험생 8명 전원의 면접 점수를 일률적으로 0점을 부여했다"며 부정입시 의혹을 보도했다.
슈칸분슌은 가케학원의 간부인 다케다 아키라(武田晶·가명)를 인용해 "당시 추천입학 전형은 2개 과목과 면접시험, 내신 성적을 반영한 편점 평균치 등 4개 영역 각 50점, 만점 200점으로 채점된다"며 "놀랍게도 한국인 학생 전원의 면접 시험 점수가 0점이었다"고 말했다.
다케다는 이어 "한국인 수험생 중에는 면접에서 10점이라도 받으면 합격할 학생도 있었다"며 "지금까지 면접에서 0점을 주는 건 본 적이 없으며 형평성을 중시해야 할 입시에서 국적차별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슈칸분슌이 입수한 내부 문서에는 수험생의 수험번호와 출신지, 득점, 합격 여부가 기록돼 있었으며 면접 득점 란에는 '0점'이 불합격으로 표기돼 있었다.
오카야마 이과대 교수진측은 해당 면접 결과에 대해 "일본어로 소통이 현저하게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케다는 "(수험생 중에는) 모두 일본어로 된 과목시험에서 만점에 가까운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도 있다"며 "한국인 응시자 전원이 일본어를 제대로 못했다는 설명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슈칸분슌은 2월 21일 가케학원에 서면으로 사실 확인을 신청했지만 학원 측은 1주일 후 "담당자가 연락하겠다"고만 전했을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문부과학성 담당자는 "만일 수험생의 특징에 따라 차이를 둔다면 대학은 설명책임이 생긴다"며 "부적절한 입시라고 판단된다면 문부과학성의 조사지도 대상이 돼 사학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지난 2018년 여성 응시자에게 불리하도록 점수를 조작했단 사실이 밝혀진 도쿄의과대는 '공정하고 적절한 입시가 실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학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카야마 이과대는 수의학과 신설에서 이사장과 아베 총리의 인연으로 인해 특혜를 받았다는 논란이 있었던 학교다. 일본 정부는 50년 넘게 수의학과 신설을 허가하지 않았지만 지난 2016년 말 오카야마 이과대에 한해 신설 허가를 내려 줬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