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 안 보여"…주기료·공항사용료 부담 이중고
정부 추가 대책 언제…자구노력으로 버티기 한계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국발 여객기 입국 제한 조치가 늘어가는 와중에 한 항공업계 관계자가 한숨을 내쉬며 한 말이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초기 단거리 노선부터 최근 중장거리 노선까지 하늘길이 꽁꽁 묶이자 절망감이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뜨지 못한 여객기의 주기료(공항주차비)로 수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이중고를 겪고있다.
항공사별로 임직원 급여 반납, 무급 휴가 실시 등 자구책을 쏟아내지만 그보다 빠르게 악화하는 외부적 요인에 속수무책이다.
◆한국 입국 제한 100곳 넘어…전 노선 운항 중단 LCC도
6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기준으로 입국금지 국가 43곳, 검역 강화·격리 조치 국가 57곳 등 100곳에서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했다. 또한 이 수는 매일 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매일 추가되는 입국 제한 국가를 확인하고 노선 감축을 확대하고 있다.
우선 대한항공은 전체 매출 비중의 절반에 달하는 미국과 유럽 노선 25개 중 23개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하거나 횟수를 크게 줄였다. 인천~파리, 암스테르담 노선만 기존과 변동없이 운영한다. 아시아나항공도 유럽 전체 7개 노선 중 인천~프랑크푸르트를 제외한 노선을 감편하거나 운항 중단하기로 했다.
LCC들은 이미 대부분의 노선이 중단된 상태다. 에어서울은 오는 15일까지 국제선 11개 노선을 전부 운항 중단한다. LCC맏형인 제주항공도 총 54개 노선 가운데 13개 노선 만을 운항하고 있다. 진에어는 32개 노선 중에서 16개 노선을, 티웨이항공은 53개 노선 중에서 12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34개 노선 중에서 6개 노선을, 에어부산은 32개 노선 중 4개 노선만을 운항 중이다.
◆여객기 80% 이상 멈춰…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주기료'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2020.03.02 mironj19@newspim.com |
한국발 여객기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100곳까지 늘며 갈 곳 없는 여객기들은 전부 공항 주기장으로 모이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공항 주기고 공간이 부족해 김포공항 주기고까지 활용되고 있다.
더욱이 항공사 입장에서는 주기장에 세워두는 것도 다 비용이다. 공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3시간 이상을 세워두면 주기료가 발생한다. B737-800 1기를 24시간 인천공항에 세워둘대 약 45만원을 내야 한다. 세워둔 항공기 대수에 따라 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노선 감축, 운휴도 고통인데 주기료 부담까지 떠안기는 건 너무 한거 아닌가"라며 "정부가 주기료 부분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의 더딘 대응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고사직전의 상태인데 정부가 3000억원의 지원책을 발표한 뒤 실제로 진행된 게 단 한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LCC 6곳 대표들은 지난달 28일 공동 건의문을 내고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 서 있다", "어떠한 자구책도 소용없고 퇴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지난 3일 마련한 국내 9개 항공사와의 긴급 간담회 자리에서 즉각적인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업계는 향후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발표될 때까지 또 다시 기다림의 시간에 돌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2~3개월 안에 부도나는 업체가 나올 수 있다"며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