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반포15차·한남3구역 등 클린 수주 선언
건설업계 "바람직한 방향이지만...차별화 전략 어려워"
"일부 대형 건설사들의 독식 구조 심화도 우려"
[서울=뉴스핌] 김지유 기자 = 재건축과 재개발을 비롯한 도시정비사업에서 시공사의 '클린 수주' 바람이 불고 있다. 과도한 수주전을 제한하기 위해 정부가 규제를 한층 강화한 탓이다. 이에 건설사별 브랜드 파워가 결국 수주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입찰에 나선 사업장들은 모두 클린 수주를 선언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구 반포3주구 모습. 2019.12.23 leehs@newspim.com |
지금까지 건설사들은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안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무상 금융지원은 물론 파격적인 설계는 물론 조합원에게 식사나 고가의 선물을 제공하는 일도 허다했다.
하지만 현재 건설사들은 경쟁적으로 클린 수주를 선언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의 차별화된 제안과 영업 활동, 특화설계 등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강남에서는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가 최근 시공사 입찰을 마감했다. 지난 9일 입찰 마감을 한 신반포15차 조합은 곧바로 부정행위단속반을 꾸리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이 사업장에는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호반건설이 입찰에 참여했다. 다음 달 1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오는 30일 입찰을 마감하는 인근 신반포21차도 일찌감치 클린 수주를 선언했다. 서울시에서 클린 수주 모범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시범사업장으로 선정돼 공공지원도 받는다. 이 사업장은 GS건설과 포스코건설의 '2파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열 경쟁으로 시공사 재선정을 하게 된 용산구 한남3구역도 상황이 비슷하다. 참여하는 3개 건설사(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은 모두 클린 수주를 선언했다. 한남3구역은 오는 27일 입찰을 마감한 뒤 5월 16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자칫하다가는 사업 일정이 늦어지고 회사도 불명예를 안을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건설사 입장에선 조합원에게 차별화할 수 있는 특화설계, 이주비, 조합원들에 대한 선물 제공 등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에 시공권 수주를 위해 클린 수주 선언은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결국 건설사들이 내놓는 제안이 비슷한 수준이 되면서 주택 브랜드 싸움이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대형 건설사가 대다수 도시정비사업을 독식하고 있는 구조가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클린 수주는 과열된 경쟁을 없애는 바람직한 방향은 맞지만 타사와 차별화를 둬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선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기가 예전에 비해 어렵게 됐다"며 "결국 조합원들에겐 평소 선호하던 건설사 주택 브랜드가 가장 큰 차별화 요소인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도 서울과 수도권 내 정비사업 물량이 적어 대형 건설사들이 중소규모 사업장까지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중견 건설사들이 더 좋은 제안을 내놓은 것이 쉽지 않아 일부 대형 건설사들의 독식 구조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합원들도 시공사 유찰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조합에서도 시공사 선정 방식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한남3구역은 시공사 선정 방식을 '과반 득표'에서 '다득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남3구역 조합원 A씨는 "수주전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모두 쟁쟁하고 각자 선호하는 건설사가 분명해 지금은 어디가 우세하다고 볼 수 없는 분위기"라며 "하루 빨리 사업이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조합원들은 혹시라도 시공사 선정이 유찰돼 또 일정이 늦어지는 것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원들에겐 분담금과 이주비 지원, 외부와 내부 설계 등 현실적인 부분이 중요한데 이제는 거의 업계가 평준화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클린 수주는 조합원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잡음을 없앨 수 있어 긍정적이지만, 정작 어떤 부분을 보고 표를 줄지 판단하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