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임기 최대 5~6년...대부분 재선임
높은 보수와 지주사 회장 선출 등 큰 권한
문제 발생시 사외이사 법적 책임 없어
[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겸직 비난이 일면서 남기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장이 하나은행 사외이사직을 포기하자 금융권 사외이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금융권 사외이사직은 정·관·학계에서 눈독들이는 자리 중 하나였다. 회장 선출 등의 막강한 권한을 가진데다 최장 임기가 5~6년이다. 겸직도 가능하다. 또 수천만원대 연봉에 금융권 사고에 대한 법적인 책임도 없어 오너 체제인 대기업의 사외이사직에 비해 인기가 많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 4대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총 31명 중 20명이 이달 임기가 만료된다. 이 중 16명이 재선임됐고 4명은 임기를 꽉채워 퇴임한다. 이달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80%가 재선임됐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통상 사외이사 임기 최소 2년을 시작으로 1년씩 연장하고 있는데, 대부분 금융권 사외이사가 임기를 꽉 채우고 퇴임한다. 사실상 임기가 최대 6년까지 보장되는 셈이다. 우리금융은 올해 사외이사 수 1명을 늘려 6명이 됐고, KB금융 7명, 하나금융 8명, 신한금융 10명의 사외이사를 유지했다.
금융지주사 사외이사의 최대 장점은 높은 보수와 지주사 회장 선출 등의 큰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외이사 수도 6~10명으로 대기업(6~8명)에 비해 많은 편이다. 이렇다 보니 금융권에선 최고경영자(CEO)인 사내이사가 사외이사의 눈치를 본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오너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대기업의 사외이사 풍조와는 상반된다. 여기에 내부문제 발생시 책임도 상대적으로 적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파생결합펀드(DLF)사태와 관련해 하나·우리은행장에 대해 중징계 처분을 내렸지만 이사회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 법적 제재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에도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책임을 대표이사가 지도록 돼 있고 이사회는 빠져있다.
더욱이 금융권 사외이사는 회의 참석시 기사가 포함된 차량 제공과 수백만원 상당의 건강검진비가 지급되는 등 각종 혜택도 받는다. 또 전문경영인 체제인 금융권은 대기업 오너 체제에 비해 오너 리스크가 적을 뿐 아니라 내부 이슈가 많지 않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권 사외이사는 과거부터 서로 오려고 하는 자리였다"며 "조직의 중요 의사결정을 물론 실제 각 부서장들에게 영향력도 미칠수 있고 시간 대비 고연봉과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매년 3월만 되면 사외이사 자리에 관심이 많아진다"며 "최근 금융권 사외이사 수가 늘어난데다 겸직이 가능하면서 전직 관료나 교수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기업과 금융권 안팎에서 사외이사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꾸준히 상법 등 관련 법 규정을 개정해왔지만 여전히 금융권 사외이사 권한과 대우는 독보적이다.
4대 금융지주의 '2019년 지주 지배구조·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사외이사 1인당 평균 연봉은 6695만원으로 집계됐다.
사외이사들의 시간당 수당으로 따져보면 신한금융이 1시간당 평균 25만2000원으로 가장 많았다. KB금융은 24만3000원, 하나금융은 22만1000원, 우리금융 1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사회 한번의 참석으로 200만~300만원을 챙겨가는 셈이다.
금융지주사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참석 외에도 분과별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사외이사 인적 풀이 많지 않은 점도 애로사항"이라고 말했다.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