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 이어 2심도 강간미수는 무죄 판결…징역 1년 선고
재판부 "다소 궁색한 면 있지만 성폭행하려 했다고 단정 못해"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난해 5월 혼자 사는 여성을 뒤따라가 집에 침입하려던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의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강간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합의12부(윤종구 부장판사)는 24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주거침입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31)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주거침입은 유죄로 인정했지만, 강간미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자를 따라가다 현관문을 두드린 행위가 미심쩍기는 하지만 그대로 성폭행의 고의로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원심이 지적하는 것처럼 다소 궁색한 면이 있지만 '피해자의 연락처를 받기 위해서나 함께 술을 마시기 위해서 이런 행위를 했다'는 피고인의 변명이 명백히 허위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피해자 집 문이 열린 이후 피고인이 어떤 행위를 했을지 쉽게 예측하기도 어렵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5월 28일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로 불리는 사건의 범인 조모(31) 씨의 폐쇄회로(CC)TV 상 모습. [사진=인터넷] |
항소심 재판부는 숲과 나무에 범행을 비교해서 설명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침엽수 숲을 보면 언제나 소나무 숲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지 혹은 소나무인지 전나무인지 등을 가려야 하는지에 관한 시각 차이가 있다"며 "숲만 증명되면 형벌이 가능하다는 국가도 있지만, 대한민국 형법은 개별 죄형법정주의다. 숲이 아니라 나무도 봐야 하고 그 나무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도만으로 처벌하려면 특별한 규정이 사전에 법률로 제정돼야 하는데, 대한민국 법률에는 성폭력이라는 범죄 의도 일반의 미수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며 "개별 구성요건인 강간이나 강제추행으로 의제하거나 추정할 근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그렇다고 피고인에게 일반 주거침입 사건과 동일한 양형을 할 수는 없다"며 "피고인의 설명만으로는 성적인 의도, 성폭력이라는 범죄 의도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라고 1심과 같은 실형을 선고하는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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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조 씨는 지난해 5월 28일 오전 6시 24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술에 취한 피해자를 뒤따라가 성폭행 목적 주거침입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수사기관의 증거에 의하면 조 씨는 피해자를 따라가는 도중 모자를 눌러쓰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가 살던 원룸 건물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조 씨는 피해자가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바로 쫓아가 현관문이 닫히지 않게 붙잡으려 했으나 결국 집 안으로 들어가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후 조 씨는 10여분 동안 벨을 누르고 손잡이를 돌리거나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를 맞추며 "떨어뜨린 물건이 있으니 문을 열어달라"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 이튿날 조 씨를 주거침입 혐의로 체포했으나 비판 여론이 들끓자 성폭력특례법상 주거침입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조 씨는 구속됐다.
조 씨 측은 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전부 인정하지만 성폭행하려는 의도는 없었고 자신과 술 한잔 하자는 의도였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를 따라간 것과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피해자와 무언가를 하자고 한 것 같다는 정도만 기억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강간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이른 아침 홀로 귀가하는 젊은 여성을 뒤따라가 거주지 침입을 시도해 주거 평온을 해한 사안으로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며 "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가능성도 높아 엄히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며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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