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27일 재판서 증언
"이수진과 서기호 전 의원 만나 상고법원 설득했다"
이수진 측 "다리만 놔준 것…상고법원 반대했다" 부인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양승태 사법부의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주장해왔던 이수진(51) 더불어민주당 서울 동작을 후보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국회의원을 설득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 후보자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앞서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규진(58·사법연수원 19기) 전 부장판사(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27일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재판에 출석해 이 같이 증언했다.
그는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기호·서영교 의원과 접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이수진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서기호 의원을 잘 안다고 해서 제가 상고법원 설치에 도움이 필요하니 다리를 놔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상고법원은 3심인 상고심 사건을 심리하는 별도의 법원으로, 상고법원 설치는 당시 사법부의 '숙원사업'이었다. 서 전 의원은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중 하나였다.
이에 따라 이 전 부장판사와 이 후보자는 2015년 4월 2일 서 전 의원과 만났다. 이 전 부장판사는 '그 자리에서 상고법원 설치가 필요하다고 설득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서울 동작을 후보자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03.26 leehs@newspim.com |
이 전 부장판사 증언에 따르면, 당시 서 전 의원은 대법원 사건수 증가에 따른 부담 등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법원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상고법원 설치가 최선은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만남 이후 이 전 부장판사는 이 후보자에게 이메일로 대담 내용을 정리한 파일을 보내면서 대화 내용이 맞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증언이 공개되자 이 후보자는 입장문을 통해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국제인권법위원회 초기 활동을 같이 한 선배(이 전 부장판사)가 만남을 조율해달라는 것까지 거절할 수 없어 면담신청 목적을 알렸다"며 "당시 예의상 함께 자리를 가졌고 상고법원 도입에 대한 얘기는 서 전 의원과 이 전 부장판사 사이에만 오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 부장판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서 전 의원에게 '상고법원에 반대하지만 선후배 관계상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양해 바란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대담 내용을 정리한 이메일과 관련해서는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입장이 명확했기 때문에 내용을 살필 필요가 없어 어떠한 응답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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