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 파업 보고서 청와대 전달한 혐의 시인
매립지 귀속 사건 등은 "이규진이 주도했다" 주장
[서울=뉴스핌] 고홍주 이성화 기자 = 사법농단 사건의 '키맨' 임종헌(61·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 사건을 두고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면 '파업공화국'이 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청와대에 전달한 사실을 시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차장에 대한 3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임 전 차장 측은 그동안 부인해왔던 '업무방해죄 관련 한정위헌 판단의 위험성' 문건을 곽병훈(51·22기)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에게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변호인은 "검찰은 피고인이 이 문건 파일을 저장하면서 파일명에 청와대라고 기재한 걸 두고 청와대를 통해 헌재를 압박하려고 작성했다고 주장하지만 문건 어디에도 청와대 언급은 없다"며 "단지 한정위헌이 선고될 경우 헌재와 대법 사이 부정적인 갈등 등 파급효과를 적으려고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사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3.30 pangbin@newspim.com |
사건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의 파업에서 비롯됐다. 지난 2010년 3월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 간부 4명은 협력업체 직원들을 정리해고 한다는 통보를 받고 세 차례 휴일 특근을 거부했다. 이들은 같은 해 8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간부들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고, 이들은 항소심 단계에서 '쟁의'를 업무방해로 볼 것인지 따져달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으나 기각돼 2012년 헌법소원을 냈다. 그 사이 대법원이 상고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이들의 형은 확정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당시 대법원에서는 헌재에 파견된 법관들을 통해 헌재 내부 평의결과 이 사건을 '한정위헌' 판결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한정위헌은 법률 자체는 합헌이지만, 이를 해석하는 데 있어 잘못이 있다는 판단이다. 헌재가 이 사건을 한정위헌 판결을 내리면 대법이 유죄로 해석한 부분을 뒤집는 셈이다. 당시 헌재와 대법은 '최고의 사법기관' 위치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던 때였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 측은 이를 당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이었던 최누림 부장판사에게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이후 최 부장판사는 '업무방해죄 관련 한정위헌 판단의 위험성' 보고서를 작성했고, 임 전 차장에게 전달됐다. 이 보고서에는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 결정을 하게 된다면 대법 전합 판결의 법률해석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사례로 사법기관간 갈등을 부추긴다', '한정위헌은 민주노총의 숙원사업으로, 결국 파업공화국이 초래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임 전 차장 측은 이날 당시 법원행정처가 평택시와 당진·아산시 간 공유수면 매립지 관할 행정소송에서 같은 사안 권한쟁의심판을 심리 중이었던 헌재보다 선고를 빨리 하기 위해 검토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에 대해"대법과 헌재 사이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은 사법행정조직인 행정처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평소 헌재 관련 업무는 이규진 당시 대법원 양형실장이 주도했고 피고인은 능동지시보다 수동보고를 받는 식으로 업무처리를 했다"며 "매립지 사건은 이규진이 최초 문제제기부터 대응방향 등 후속조치까지 적극 주도했다"고 공모·지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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