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 협력업체 대표 증인 출석
"노조 문제 막막…경총에 전권 위임"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이른바 '삼성 노조와해' 의혹과 관련해 노동조합 측과 단체협상이 지연된 것은 바쁜 성수기와 맞물렸기 때문이지 의도적 계획은 없었다고 삼성전자서비스 측 협력업체 대표가 법정 증언했다. 그는 당시 협상을 주도한 주체는 한국경영자총협회라고도 주장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배준현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2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 등 32명에 대한 항소심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활동 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왼쪽부터),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12.17 mironj19@newspim.com |
이날은 삼성전자서비스 충남 서산 협력업체 대표 정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씨는 2013년 9월 이후 여러 차례 진행된 노조 측과의 교섭일에 이유 없이 불참하는 등 단체협상을 해태한 의혹을 받기도 했다.
정 씨는 "단체 교섭이 진행되던 9월은 성수기 무렵이라 마무리할 업무가 많아 상당히 바쁘다"며 "날씨가 더운 날 고객 클레임으로 삼성전자서비스에 손해가 발생하면 협력사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적에 민감한 시기고 바쁠 때라 일과 시간에는 교섭을 진행할 수 없었다"며 "업무 종료 후에 교섭을 진행한다고 해서 노조 측도 받아들여 유급으로 하는 걸 양보했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당시 노조 측과의 단체협상 과정은 자신이 위임한 경총 주도로 진행됐고, 자신은 이에 대해 잘 몰랐다고 부인했다.
그는 "노동조합과 관련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 경총에 가입하고 전권을 위임했다"며 "교섭 요구 사실 공문 등 작성도 경총으로부터 컨펌을 받아 작성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9월 12일 1차 교섭 때도 처음에는 상견례 명목이 좋다는 경총의 조언을 받고 교섭은 진행하지 않았다"며 "이후 노조가 9월 24일 2차 교섭일을 요구했을 때도 경총이 한 달에 1번이 좋다는 얘기를 했고 그것이 회사 상황에도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검찰이 성수기처럼 바쁜 7월과 8월 서울 경총회관 등 단체교섭 교육에 수차례 참석한 경위에 대해선 "노조 문제에 대해 너무 막막했다"며 "단체교섭 해태와 무관한 일반적인 내용이었고, 노조 측의 폭언·폭행 등 사건이 교섭 지연의 이유가 된다는 등 구체적 대응 교육이 있었는지 여부는 기억이 안 난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주도로 이를 와해하려는 이른바 '그린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종합 상황실을 꾸리고 신속대응팀도 설치해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협력업체 폐업 및 조합원 재취업 방해 ▲사망 노조원 염호석 씨 시신 탈취 사건 개입 ▲'삼성 관리'를 빙자한 개별 면담 등으로 노조 탈퇴 종용 ▲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임금삭감 등 불이익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공동으로 단체교섭 지연·불응 ▲채무 등 재산 관계, 결혼·임신 여부, 정치적 성향 등 조합원 사찰 등과 관련된 범죄사실도 있다고 봤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