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기 띄워 인력 직접 파견…유럽 공장 증설 차질 해소
美·EU 규제 완화, 中 보조금 연장 걸림돌…타격 여부 '촉각'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코로나19도 국내 배터리 3사의 주도권 경쟁을 꺾지 못했다. '포스트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럽에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배터리 공장 증설에 차질을 빚자 SK이노베이션이 지난 5일 전세기를 띄워 300명의 기술인력을 헝가리에 보낸데 이어 LG화학도 17일 폴란드에 200명을 파견하고 나섰다.
◆배터리 3사, 사상 처음 세계 점유율 40% 차지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올해 공격적인 투자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약 150조원 수주잔고 확보로 배터리 3사중 가장 많은 실적을 기록한 LG화학은 올해 3조원의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3조9000억원에 이은 대규모 투자다.
LG화학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 현황 [자료=LG화학] |
폴란드 브로츠와프 배터리 공장 증설 작업을 진행중으로 지난달에는 부지 확보를 위해 공장 인근 터키 베스텔 조립공장도 인수했다. 이를 통해 현지 생산능력을 70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까지 전세계에서 연 120GWh(전기차 240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말 헝가리 코마룸 1공장을 완공한데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2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두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 16.5GWh(전기차 33만대 수준)다.
지난해 말 기준 60조원 규모의 수주잔고 확보해 헝가리와 중국 창저우, 미국 조지아주 공장 건설을 통해 연 50GWh(전기차 100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삼성SDI도 지난해부터 가동을 시작한 헝가리 괴드 공장을 통해 생산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가 60조원으로 늘었으며 올해 70%의 성장을 목표로 삼았다.
실제 시장에서도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 2월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40%를 돌파했다.
LG화학은 29.6%로 세계 2위에 올랐섰다. 1위인 파나소닉과(34.1%)과의 격차가 5%에 불과해 상반기 안에 1위를 석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5위(6.5%), 6위(5.9%)를 기록했다.
◆ 중국 보조금 연장, 毒 or 得 '주시'
배터리 3사의 경쟁은 유럽의 차세대 친환경차 시장 확대 움직임을 반영한 것이다.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내년 610만대에서 오는 2025년 2200만대, 2030년 360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 현황 [자료=SK이노베이션] |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주요국들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환경규제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 미국이 최근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대폭 완화했고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 등도 유럽연합(EU)에 이산화탄소 배출규제 시행을 늦춰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코로나19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해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돼 배출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배출규제가 완화된다면 올해부터 유럽에서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가 95g/㎞로 강화돼 전기차 판매량이 큰폭 증가할 것이라 기대하고 공장 증설에 나선 배터리 3사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 정부가 올해 말 폐지하기로 했던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2년 연장해 오는 2022년말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도 우려를 더한다. 보조금 차별을 받아온 배터리 3사가 중국의 보조금 정책 폐지에 발맞춰 중국 내 시장 확대를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이 외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도 보조금 지급을 결정해 어떤 영향을 줄지 업계는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보조금 지급 모델인 상하이 테슬라 모델3와 베이징벤츠 E클래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는 각각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장착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럽이 탄소배출 감축 및 에너지 전환을 통해 경제 성장 모멘텀을 찾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판매 부진이 있을 수 있지만 환경 규제 정책이 후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유럽 완성차 공장의 가동 중단에도 배터리 공장이 정상 가동하는 것은 수요처들이 전기차 판매를 위해 배터리 재고를 비축중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