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기간을 5월 5일까지 연장한 가운데, 일부 시설 운영중단 권고를 해제했다. 조금이나마 완화된 방침 덕에 공연계는 다시 조심스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1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팀 앙상블 배우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국내 대극장 공연이 올스톱됐다. 이후 2주간의 공연 중단, 또 한 차례의 중단 연장에 이어 23일 공연 재개를 앞두고 있다. 함께 3주간 휴식기를 가졌던 '드라큘라'와 함께, 대학로의 소극장 공연들도 조금씩 숨통이 트이는 분위기다.
◆ 잠시 멈췄던 대극장…조심스레 '공연 재개' 가닥
'오페라의 유령'에서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시점인 지난 1일부터 국내 대극장 공연이 모두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팀에서는 앙상블 1명이 확진된 후, 2일엔 1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고 공연은 15일까지 2주간 중단됐다. 주최측에 따르면 당시 2명의 확진자를 제외한 126명의 스태프들은 모두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며, 도중에 진행된 코로나19 검사에서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확진자의 치료와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유지되면서 22일까지 한차례 공연 중단이 연장됐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에스엔코] 2020.02.19 jyyang@newspim.com |
'오페라의 유령'의 여파는 '드라큘라'에도 미쳤다. 1일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 '드라큘라' 측은 당일부터 12일까지 공연을 중단했다. 당시 제작사 오디컴퍼니는 "공연계(타 극장)에서 확진자가 발생되면서 선제적 안전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공연이 잠정 중단된다"고 알렸다. 이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연장되면서, 지난 19일까지도 공연이 추가 중단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약 3주간의 공연 중단과 손해를 감수한 셈이다.
특히 '오페라의 유령'과 '드라큘라' 외에 다른 대극장 공연이 전무했던 상황에서, 두 공연까지 잇따라 중단되면서 국내 공연계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앞서 이미 여러 편의 뮤지컬이 코로나19 예방 조치와 티켓 판매량 부진으로 조기 폐막, 공연 중단을 겪은 후였기 때문. 게다가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정동극장 등 정부 산하 기관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력 시행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다행히 '거리두기'가 단계적으로 완화되면서 달라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 20일부터는 정부의 '거리두기' 권고가 일부 시설에서 해제되고 강도가 조금씩 완화됨에 따라, 조심스레 공연 재개를 예정하고 있다. '드라큘라'는 21일부터 다시 공연이 시작됐다. '오페라의 유령' 측은 23일부터 공연 재개를 알리며 "확진 판정을 받았던 2명의 앙상블 배우 중 1명의 배우는 완쾌됐다"면서 "확진을 받은 두 배우의 경우, 퇴원 후 약 2주간은 공연에 출연하지 않으며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확진자 한 명도 안나와야"…철저한 관리만이 살 길
'거리두기' 기간에도 숨 죽이고 공연을 이어온 공연 제작사들은 코로나19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로 대학로에서 현재 공연 중인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라흐마니노프' '최후진술' '미드나잇' '리지' 등은 입장하는 관객의 체온을 확인하고, 방역 조치를 하는 것은 물론 관객들의 건강상태를 적은 문진표를 일일이 받고 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드라큘라'의 류정한 [사진=오디컴퍼니] 2020.01.02 jyyang@newspim.com |
공연이 재개되는 '드라큘라'에서도 이같은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제작사는 공연 재개 소식을 알리며 "열화상 카메라상 체온 37.5도 이상일 경우 관람이 불가할 수 있다" "4/21부터 전 관객 대상 자가 문진표 및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 작성을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이와 함께 최근 2주 이내 해외에 다녀왔거나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안내받은 본인 또는 가족이나 동거인 중 대상자가 있다면 공연 관람이 불가하다고도 명시했다. '오페라의 유령' 측 역시 공연 재개와 함께 문진표 작성 등 더욱 세심한 방역, 예방 조치를 추가할 방침이다.
일부에서는 공연 강행을 두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생계와 직결된 문제라 제작사는 모든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들 모두가 "한명도 확진자가 안나와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준비 중이다. '오페라의 유령' 측은 재개 소식을 알리기에 앞서 "공연과 관련된 400여 명의 생계 및 다수 관계사들의 존립 여부 등 너무나 많은 상황과 직결되어 있다"면서 "무엇보다 관객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고민하고 있다. 기다리고 계신 관객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공연인으로서의 숙명도 얹혀 있다"고 입장을 설명했다.
또 다른 제작사 관계자는 "관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하고 있다. 공연계는 이제 어렵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라며 "누구도 확진자가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그러면서도 매일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공연을 올린다.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모두가 마찬가지"라고 현 상황과 속내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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