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상품권 준비안돼 전통시장만 사용가능 온누리상품권 지급
자영업자 등 "전국 전통시장 유통가능 온누리상품권은 도움안돼"
"종이형 지역상품권 대신 '카드형 지역화폐' 도입해야" 목소리
[안동=뉴스핌] 이민 기자 = 경북 안동시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지역 경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는 '재난긴급생활비'의 지급방식을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긴급생활비 지급을 위한 안동시의 선불카드와 지역화폐 준비 등 행정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24일 안동시에 따르면 소득 인정액 중위소득 85% 이하를 대상으로 재난긴급생활비를 △1인 가구 50만 원 △2인 가구 60만 원 △3인 가구 70만 원 △4인 가구 80만 원씩 지급한다.
안동시는 이 금액을 당초 선불카드와 지역화폐인 안동사랑상품권으로 지급키로 했다. 시는 재난긴급생활비 지급을 위한 접수와 함께 지역의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안동사랑상품권 가맹점 모집을 전개했다.
그러나 막상 재난긴급생활비 지급하려고 하자 안동사랑상품권이 미처 준비가 안돼 차질을 빚고 있다. 안동시는 당시 확보된 안동사랑상품권을 취약계층 지원에 모두 소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시는 뒤늦게 안동사랑상품권 준비에 나서는 한편 서둘러 재난긴급생활비를 국민은행과 안동농협의 선불카드, 온누리상품권을 혼합해 지급했다.
경북 안동시가 코로나19 재난긴급생활비 지원을 위해 혼용하고 있는 온누리상품권과 선불카드. 2020.04.23 lm8008@newspim.com |
문제는 여기서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온누리상품권은 본래 취지가 지역의 전통(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이를 '재난긴급생활비'로 지급할 경우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에서만 사용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코로나19사태로 단기간 지역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서둘러 마련한 재난긴급생활비 제도의 근본 취지와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때문에 온누리상품권이 적용되지 않는 전통시장 외의 지역 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사실상 혜택에서 비껴나게됐다.
더욱이 온누리상품권은 안동지역의 전통(재래)시장 뿐 아니라 전국의 전통(재래)시장에서는 모두 통용되는 것인데다가 선불카드의 경우도 타 지역에서 사용이 가능해 지역자본의 역외유출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준비되지 않은 졸속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배경이다.
안동기업발전협의회 관계자는 "안동시가 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해 안동사랑상품권 가맹점을 대거 모집하고선 전통시장에만 사용 가능한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며 졸속행정을 지적했다.
시민 A(여.52) 씨는 "국비와 도비, 시비 등 안동지역 예산이 포함된 지원금이 타 지역에서도 사용 가능한 온누리상품권이나 선불카드로 지급하는 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지역경기 부양을 위해 채택한 '재난긴급생활비' 지원 목적이나 논리에도 맞지 않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안동시 관계자는 "안동사랑상품권이 조기 소진돼 일단 온누리상품권으로 대체했다"며 "5월 중으로 안동사랑상품권이 확보는 되지만 현재 온누리상품권이 모두 소진된 후 안동사랑상품권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가맹점 등록과 환전 등 별도의 절차가 필요한 종이형 상품권 대신에 이같은 절차가 필요없는 '카드형 지역화폐'를 대용으로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근 지자체인 의성군은 이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구시와 경산시, 상주시가 다음 달부터 이의 발행을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형 지역화폐는 일반 신용카드 가맹점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고 지류 발행과 환전 비용 등의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맹점을 별도로 모집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발행지역 이외에서는 사용할 수 없어 지역경기 활성화와 함께 재난긴급생횔비 지원의 목적에도 부합한다는 게 시민들의 얘기이다.
한편 안동시는 전날인 22일까지 9000여 가구에 53억여 원을 지급했다. 이 가운데 선불카드는 44억3000여만 원이며 온누리상품권은 8억7000여만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시는 오는 29일까지 '재난긴급생횔비'지원 접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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