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발 빼면 장기물 수요 실종 우려
재무부 장기물 추가 발행하면 물량 부담 커져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무한대 자산매입을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에 시장에서는 2013년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팬데믹(pandemic·대유행) 공포가 완화되고 시장 유동성도 되살아나면서 연준이 장기 국채 매입 속도를 늦추면 장기 국채에 대한 수요가 증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 본부.[사진=로이터 뉴스핌] |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일까지 하루 75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했던 연준은 최근 하루 150억 달러로 매입 규모를 줄였다.
연준은 17조 달러 규모 국채시장의 유동성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까지 1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국채를 사들였다. 이 기간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0.5~0.8% 사이에서 움직였다.
연준이 국채 매수자로 나서면서 아직 미 국채의 인기가 사그라들었다는 조짐을 보이지 않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국채시장에서 후퇴하면 국채에 대한 수요가 충분치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TD증권의 프리야 미스라 미국 이자율 수석 전략가는 "그들이 부양을 철회하면 장기물은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연준이 자산매입 축소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 국채금리는 급격히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연준은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양적 완화 프로그램을 실시한 지 9년 만인 2017년이 돼서야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할 수 있었다.
미 재무부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3조 달러의 부양 패키지에 필요한 자금은 조달하기 위해 1조 달러 이상의 국채를 발행했다. 다만 정부가 최근 발행한 국채는 주로 단기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몰리며 꾸준한 '사자'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상 최저치인 금리를 감안할 때 정부가 결국 장기물을 발행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연준이 국채 매입을 줄이는 가운데 정부가 장기물을 추가 발행하면 장기물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미스라 전략가는 "부양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조 달러 규모의 채권이 발행됐지만, 이것은 부족하다"면서 "부양책은 거의 3조 달러에 육박하고 20년물을 포함한 장기물에서 나머지가 조달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월 재무부는 20년 만기 국채 발행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연준이 어느 시점에 국채 매입 규모를 늘릴 것이라는 전제로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INTL FC 스톤의 빈센트 델루어드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연준이 국채시장에서 빠지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유럽에서는 10년간 지속한 비상조치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기 전에라도 미국의 보건 위기 상황이 개선되면 6조6000억 달러로 불어난 대차대조표를 감안할 때 연준이 시장에 추가로 개입하는 것은 상당히 제한될 수 있다. 이는 미 국내총생산(GDP)의 31%에 해당한다.
인캐피털의 패트릭 리어리 수석 시장 전략가 겸 선임 트레이더는 "재무부가 추가로 발행하는 물량을 매입하려는 연준 외에 다른 수요자를 보기 전까지 장기물에 대해서는 신중할 것"이라고 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