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을 맞아 발표한 특별연설을 통해 남은 2년의 임기동안 국정운영 방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금을 '경제 전시상황'이라면서 "경제위기 극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국민의 삶과 일자리를 지키는 버팀목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선도형 경제를 통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개척, 고용보험 적용 확대 및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을 통한 고용안전망 확충,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 추진,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연대·협력의 국제질서 선도 등 4대 과제를 제시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자신감을 토대로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2년 밖에 안남았지만, 지지율은 최근 71%까지 올랐다. 역대 대통령 중 최고의 지지율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둬 슈퍼여당이 됨으로써 국정운영에 거리낄 것도 없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잔여 임기 동안 레임덕을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기반을 갖췄다. 이날 특별연설문 곳곳에 이같은 자신감이 묻어났다. 문 대통령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만큼 이제 정부와 국회가 구체적인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약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전세계가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국제경제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2년 임기의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더욱이 제시한 4대 과제가 너무 포괄적이고 선언적이어서, 실천의지 마저 회의적이다.
당장 선도형 경제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다. 한국을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으로 육성하겠다지만,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와는 상반된다. 법인세가 대표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규제와 과도한 친노동정책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다.전국민 고용보험제도도 그렇다. 문 대통령이 고용안전망 확충을 위해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의 기초를 놓겠다고 공식화했지만, 확실한 재원 대책없이는 도입할 수 없고 도입해서는 안되는 제도다. 자칫 다가올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위한 공약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걱정도 된다.
지금은 거창한 공약이나 비전이 아니라 남은 2년 임기 동안 실천 가능한 목표와 방법이 필요한 때다.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이 되기 위해 법인세를 내리고,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히는 게 먼저다. 일자리를 지키겠다면, 노동계의 편을 들어 기업인을 옥죄어서는 안된다. 지난 3년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코로나19사태의 극복 외에 특별히 잘한 게 없는 정부 아닌가.'경제 전시상황'이라면 그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의 특별연설 어디에도 위기라는 단어는 있지만, 절박함은 보이지 않는다. 언제까지 돈을 풀어 임시직만 늘릴 수는 없지 않은가.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기획재정부의 고뇌를 간과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