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매출 악화에 1분기 손실 140억원 '어닝쇼크'
코오롱인더 실적 '발목'...사업부문 중 유일한 마이너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능력 있을 때 맡긴다". "아들아 하루를 1주일처럼 살아라".
지난 2018년 12월. 당시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경영승계와 관련해 이같은 말을 남겼다. 그의 장남이자 코오롱가 4세인 이규호(37) 전무(코오롱FnC 최고운영책임자)의 어깨는 그만큼 무거워졌다.
그로부터 1년여. 이 전무가 진두지휘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이하 코오롱FnC)의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관련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단적으로 4%대를 유지하던 코오롱FnC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4%까지 떨어졌다. 활로를 모색하던 이 전무가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쳐왔지만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아웃도어 의류시장의 침체 등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의 영향이 크나, 그가 경영능력을 인정받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평이 이어지는 대목이다.
◆1분기 '어닝쇼크'...코오롱스포츠 매출 악화 지속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에 따르면 이 회사의 코오롱FnC는 지난 1분기 매출 1708억원, 영업손실 14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2348억원) 대비 27.3%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8.2%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FnC의 영업이익 추이 [서울=뉴스핌] 2020.05.15 hrgu90@newspim.com |
코로나19로 의류사업의 어려움이 예견됐지만 이번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다. 앞서 증권가는 코오롱FnC의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한 2269억원, 영업이익은 32% 감소한 5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1분기 실적 부진과 관련해 코오롱FnC 측은 "침체된 아웃도어 시장에 코로나19로 인한 판매 감소가 겹치면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했다"고 말했다.
코오롱FnC는 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아웃도어 매출 부진으로 전체 실적이 악화됐다고 설명해왔다. 코오롱FnC의 아웃도어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는 FnC 전체 매출의 가장 큰 비중(약 30%)을 차지한다. 올 1분기 코오롱스포츠의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약 400억원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웃도어 시장 침체'만을 원인으로 돌리기에 코오롱FnC의 영업이익 감소 수준은 지나치게 크다. 아웃도어 시장에서도 '디스커버리'(F&F)와 '내셔널지오그래픽'(더네이처홀딩스)은 지난해 각각 8%, 72% 매출이 늘어나며 시장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규호 전무가 패션사업을 지휘한 후 아웃도어 의류기업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힘썼으나 결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이 전무는 신개념 패션 비즈니스 모델 '커먼마켓'을 도입했으며 사내 프로젝트팀을 통해 잡화 브랜드인 '아카이브 앱크'를 론칭하는 등 2030세대를 적극 공략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지출을 확대했으나 시장 경쟁이 치열에 힘에 부치는 상황"이라며 "브랜드 재정비 과정에 있는 코오롱스포츠 등의 실적 회복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규호 코오롱FnC 최고운영책임자(전무) [서울=뉴스핌] 2020.05.12 hrgu90@newspim.com |
◆또 코오롱인더 실적 발목...이규호 전무 부담 확대
코오롱FnC는 코오롱인더스트리 내에서 산업자재부문, 화학부문에 이은 이익기여도 3위 사업 부문이다. 2018년 말 이웅렬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장남인 이규호 전무에게 FnC 최고운영책임(COO)을 맡긴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코오롱FnC의 최근 실적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이 전무가 경영을 맡은 첫 해인 2019년 코오롱FnC의 영업이익은 135억원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 전체 영업이익(1730억원)의 7.8%에 불과했다. 이 전무 부임 전인 2018년 코오롱FnC의 영업이익 기여비중(23.9%)과 비교하면 16.1%p 하락한 셈이다.
이번 1분기 낙폭은 더 심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 5개 사업부문에서 작년 4분기와 비교해 실적이 하락한 사업부문은 FnC뿐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1분기 영업이익(265억원)은 전 분기 대비 153.6%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타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은 △산업자재부문 29% 감소 △화학부문 2% 감소 △필름/전자재료부문 54% 증가 △기타/의류소재 등 부문 적자 48억원 감소 등으로 패션부문 대비 선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코오롱FnC의 실적 악화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주가 상승을 방해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주력 사업인 패션부문은 연평균 -10% 역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패션부문 부진이 주가 악재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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