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원, 옵티머스펀드 사무관리 업무 맡아
"운용사 대행 계약, 기준가격 산정 등 단순 업무"
[서울=뉴스핌] 장봄이 기자=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환매 중단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펀드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이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매출채권 허위기재 사기 문제와 관련해서 예탁결제원의 책임 소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무관리사의 단순 사무처리 업무 외 역할에 대해선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책임 여지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로고=예탁결제원] |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요청에 따라 실제 인수한 자산인 비상장사 채권명 대신, 공기업명의 매출 채권을 펀드명세서에 기재했다. 이에 따라 판매사들은 펀드명세서에 기입돼 있는 대로 판매해 허위 채권이 담긴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이 이뤄졌다.
펀드시장에서 사무관리회사는 대행 계약에 따라 운용사가 펀드명세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회계장부 시스템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또 종목정보 입력을 지원하고, 일부 사무관리회사는 기준가격 산정 업무만 수행하기도 한다.
이번 옵티머스 펀드는 투자신탁형 펀드로 운용사와 예탁결제원이 서로 일반 사무관리업무의 대행 계약을 체결하고, 기준가격 산정 업무를 단순 수행해왔다는 게 예탁원 측의 설명이다.
사무관리회사는 단순 사무와 계산업무를 수행하는 역할 자산의 실제 매매 여부나 내용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옵티머스 펀드의 사모 매출채권의 경우 공식적인 채권 타이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운용사에서 자체적으로 붙인 타이틀을 전달받아 등록하는 역할"이라면서 "등록하고 매매 데이터를 주면 기준가를 내는 단순 사무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판매사는 이렇게 작성된 펀드명세서를 토대로 판매하다보니 운용사와 사무관리업체 등에서 전달한 명세서를 신뢰하고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상품별 펀드명세서의 기초 자산이나 기준 가격 등을 판매사에서 일일이 확인할 수 없고, 허위 기재되면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판매사는 펀드명세서를 확인해 고객에 판매하는 것"이라며 "사무관리회사가 단순 사무관리 업무라도 사모펀드의 자산 변경과정 등 예외 사항이 발생했을 때는 최소한의 서류 확인 절차나 관리는 필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검찰과 금융감독원도 펀드명세서 허위 사실이 드러나면서 예탁결제원을 현장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검찰은 지난 25일 운용사와 판매사, 예탁원 등의 조사를 진행했고, 금감원도 현장 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 조사의 구체적 일정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펀드명세서 문제와 관련해선 예탁원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펀드명세서 허위 문제에 대해 전형적인 운용사의 '모럴헤저드'라고 판단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펀드명세서에 조작된 자산이 담겨 있다고 해서 사무관리사에도 책임이 있다고 하긴 어렵다"면서 "사무관리사는 말 그대로 계약상 단순 업무 처리 역할을 맡고 있고, 법적으로도 관리 등 역할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옵티머스펀드 사태는 제도적인 부분을 지적하기 보다는 운용사의 전형적인 모럴헤저드"라고 덧붙였다.
bom22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