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급속한 경기 회복을 기대했던 미국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하는 움직임이다.
항공업계부터 소규모 음식점까지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섰던 업체들이 영업 축소와 대규모 직원 감원 등 비상 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지난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 대형 은행들이 일제히 대손충당금을 대폭 확대, 경기 한파에 대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브로드웨이 거리가 행인 없이 조용하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텍사스와 플로리다 등 주요 지역의 신규 확진자가 급증, 매출 절벽을 조만간 벗어날 것이라는 기업들의 기대가 한풀 꺾였다는 진단이다.
2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기업들이 팬데믹 사태에 따른 경기 한파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적극 대비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일시 해고했던 직원들을 영구적으로 감원하는 한편 생산 설비 가동 중단 및 핵심 사업의 축소 등 긴축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3~4월 조심스럽게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섰던 기업들이 바이러스 확산에 백기를 드는 모습이다.
델타 에어라인은 여름 휴가철 항공편 운항을 축소하기로 했다. 업체는 비즈니스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도 마찬가지. 여름철 여행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을 점치고 노선을 확대할 예정이었지만 전망이 빗나가자 계획을 철회하고 나섰다.
업계는 코로나19 백신이 대량 공급되기 시작한다 하더라도 레저 및 관광 업계의 회복에 수 년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의 비관론은 고용 한파로 이어지고 있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2만5000명에 달하는 직원들에게 10월1일 연방정부의 지원이 종료된 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밝혔고, 유나이티드 역시 미국 전체 근로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3만6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멕시칸 레스토랑 체인 치폴레 멕시칸 그릴은 테이크 아웃 비즈니스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실내 영업이 재개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결정이다.
뉴욕 매거진과 다수의 뉴스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복스 미디어는 전직원의 6%를 감원하기로 했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각종 수익 행사가 끊어진 데 따른 결과다.
은행권에서도 비관론이 포착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JP모간과 씨티그룹, 웰스 파고 등 3개 은행의 2분기 대손충당금이 28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 파산과 디폴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권은 향후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판단, 대응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수 개월 사이 비즈니스가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기업 경영자들은 팬데믹 충격이 수 년간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빌 조지 연구원은 WSJ과 인터뷰에서 "기업들 경영 환경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의류 업체와 음식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 의존하지 않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미국 소비자 지출이 7.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는 회의적인 표정이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일시적으로 살아난 민간 수요가 다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경제의 90%를 차지하는 39개 주에서 신규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지속적인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70만명을 넘어섰다. 겨울 독감 시즌 2차 팬데믹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경영 정상화에 제동을 거는 상황이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