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 등에 업은 檢 수뇌부 갈등에 삼성 허송세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하려면 '적시 투자'가 경쟁력
검찰, 몽니 대신 신속한 결단으로 불확실성 해소해야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지난 6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권고했지만 한 달 반이 넘도록 검찰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6월 9일 서울중앙지법원이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로는 이미 두 달이 넘었다.
그 전까지 1년 7개월 간 검찰이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110명을 대상으로 430여회 소환조사 하고 50여 차례 압수수색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수사심의위 권고를 검찰이 뭉개는 모습을 국민들이 씁쓸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검찰 수뇌부 갈등이 주된 이유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중국 시안에 위치한 반도체 사업장을 찾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입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0.05.19 alwaysame@newspim.com |
검찰 내홍의 뒤에는 거대 여당과 청와대 그리고 언론까지, 권력 집단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정치권력의 갈등으로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애꿎게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12일 송도에 세계 최대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듯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경영진은 '좌고우면 않겠다'는 자세로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
그럼에도 검찰발 '시계제로' 상황이 지속되고 한편으론 그룹 전체가 '합병 노이로제'에 시달리다보니 10~20년 후를 내다보는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은 쉽지 않다고 삼성 측은 토로한다.
고개를 돌려 보면, 얼마 전 공모시장에서 대박을 친 SK바이오팜은 최종현 선대 회장과 최태원 현 회장이 2대에 걸쳐 20년 간 공을 들인 결과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시총 2위 자리를 두고 네이버와 경쟁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2010년 삼성이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제약을 선정하고 10년 간 육성한 결실이다.
LG화학 역시 15년 전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00억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독려한 덕에 지금의 글로벌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K반도체·K바이오·K배터리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기업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는 결코 상상하기 힘든 결정들이었다.
반면 인텔은 최고경영자의 느슨한 결정으로 30년 장기집권 시대를 마감할 위기에 몰려 있다.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는 삼성이라고 다를 것 없다.
검찰이 삼성 경영진을 기소할 '스모킹건'이 있었다면 진작 기소했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서도 기소유예가 순리라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영장판사와 수사심의위를 설득하는데 둘 다 실패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선 곤란하다. 진흙탕 싸움 중인 검찰이 재계까지 진창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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