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피해입증 서류없어도 만기연장·이자 유예해 달라"
금융당국, 9월말 이자유예 기간을 6개월 더 연장 검토
위기 틈타 대출이자 탕감 노린 풍조 확산, 은행 부실 우려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이자유예가 6개월 더 연장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부 소상공인들의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1일 은행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2월 시작해 9월 말까지로 예정돼 있던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유예 조치가 6개월 추가로 연장될 전망이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지난 1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6개 금융협회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재연장에 논의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자상환 유예에 대해 업계에서도 걱정하고 있지만, 금융권 부담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7월 말까지 시중은행의 대출만기연장 규모는 48조6000억원, 이자상환 유예는 439억원 수준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전체 유예되는 이자상환 금액 자체가 부담이 될 액수는 아니다.
하지만 이자상환 유예를 다시 연장할 경우, 특히 소상공인의 모럴 헤저드가 심화되고 장기적으로 부실 대출이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재 소상공인들은 신용등급에 따라 소상공인 우대 대출을 받고 있다. 1~3등급은 시중은행에서, 1~6등급은 기업은행에서 받을 수 있다. 6등급 이하의 경우에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를 발급받은 뒤 대출을 실행하면 된다.
문제는 대출만기 및 이자유예를 신청하더라도 다른 서류심사 등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로 인한 피해입증 절차 없이 은행 창구에서 "코로나로 힘들어졌으니 이자를 유예해 달라"고 하면 바로 접수가 가능하다.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2차 유행을 대비해 금융지원을 확대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피해사실 입증도 없이 소상공인에 대출만기와 이자를 유예하는 것은 과잉 지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상공인 대출의 경우, 매출 변동 등을 확인할 방법도 없기 때문에 자칫 부실 대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자를 잘 내는지가 건전성 관리의 최소한의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6월말 기준 원화대출 연체율은 0.33%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대출만기와 이자유예 덕분에 부실 우려가 있는 대출도 '정상'으로 분류되면서 연체율이 더욱 개선됐으나, 이는 착시효과라고 은행 관계자는 설명했다.
건전성 리스크 우려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만기 및 이자유예 연장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개별 은행이) 연장을 거부하는 건 당국과 싸우자는 얘기"라며 "국민 정서상으로도 울며 겨자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