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 "다소 강한 어조"...납품업체 "유통사 횡포, 민낯 드러나"
논란 커지자 한 달지나 납품사에 사과..."진정성 의구심"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 납품 업체에 갑질로 비춰질 수 있는 무리한 지시를 내린 것이 알려졌다. 해당 지시를 한 담당 MD와 본사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유통사 횡포에 관한 민낯을 드러냈다는게 관련 업체들의 시각이다.
GS리테일 본사 한 MD가 납품업체에 강압적인 내용이 메일을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2020.08.28 hj0308@newspim.com |
◆"회신 없으면 상응한 응대 반드시"...강압적 발언 한 달만에 사과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초 GS리테일 GS25 유음료 MD는 납품사 9개 업체에 한 통의 메일을 보냈다.
해당 메일에선 "당사 전 센터에 발주한 상품이 정상 입고되었는지, 미납이 발생했는지, 미납된 상품명과 수량 그리고 사유까지 작성해 매일 오후 3시까지 메일로 회신달라"라고 쓰면서 "단품 하나, 수량 1개까지도 파악해 달라. 휴가나 외근 출장으로 부재 시 대체 인원이 할 수 있도록 공유해달라"고 했다.
이 같은 메일을 받아 든 유음료 업체들은 '유통사 갑질'이라고 입을 모았다. 통상 입고 상품 수량 등에 관해 전산 시스템으로 양측이 확인할 수 있는데다 미입고 상품에 대해선 별도로 알리는 체계가 이미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당 메일 말미에선 "회신이 없다면 무시한다고 판단하고 그에 상응한 응대를 반드시 드리겠다"며 보복을 염두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도를 넘어선 메일 내용에 납품 업체도 발끈했다. 급기야 한 업체의 경우 해당 메일이 상부에 보고되면서 정식으로 항의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일부 업체에선 본사 뿐 아니라 지점 직원들에게까지 해당 메일이 전달된 것으로 파악된다.
GS리테일 본사는 이러한 내용을 뒤늦게 확인하고 진화에 나섰다. 해당 사건이 발생하고 한 달여가 지나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하자 GS리테일 본사 담당 임원은 유업체 9곳을 이틀에 걸쳐 방문해 사과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미입고시 안내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과정에 다소 강하게 표현해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실제 행동하거나 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에 "본사에서 그 내용을 확인했고 직접 임원들이 다니면서 사과를 해 (납품업체들과) 잘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납품업체들의 불편한 심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에선 '유통사 갑질 사건'으로 사안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GS리테일도 마지못해 늑장 사과에 나선 것이란 지적이다.
A납품업체 관계자는 "메일 내용이 돌면서 내부에서도 공분을 샀다. 본사가 나서 사과를 한 시점도 한 달이나 지난데다 사과를 한 이후에도 강압적 메일만 없을 뿐이지 별다른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한 모델이 GS25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GS25] |
◆"찍히면 진열대 구석으로 밀려나"...GS리테일・CU 횡포에 과징금 수억원
납품사에 대한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편의점의 갑질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유통업체에 자칫 밉보이면 상품 가짓수(SKU)를 줄인다거나 가시성이 좋은 진열대 배치에서 제외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불과 4년 전인 2016년 GS리테일은 납품업체를 상대로 횡포를 부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 수 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 받은 전력도 있다.
당시 공정위는 GS리테일이 판매가 되지 않은 상품 소진을 위한 할인행사 비용 일부를 납품업체에 부담시켰고 이는 사전에 약정한 내용도 아닌 만큼 관련 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대규모유통업자가 사전에 판촉행사 등에 소요되는 비용 분담에 대한 약정을 서면으로 체결하지 않으면 공정위 제재 대상이다.
올 2월엔 편의점 CU 가맹본부인 BGF리테일이 묶어팔기(N+1) 판촉 행사를 하면서 납품업체에 과도한 비용을 떠넘겨 공정위에 적발되기도 했다.
공정위는 BGF리테일이 79개 납품업자와 실시한 338건 행사와 관련 판촉비용의 50%를 초과한 금액(23억9150만원)을 납품업자에게 부담토록 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BGF리테일에 과징금 16억74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B 납품업체 관계자는 "과도한 판촉비를 떠넘기거나 대금 지급을 지연하는 관행은 오래된 얘기"라며 "갑을이 아닌 협력사 관계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실제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