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규모 확장재정 전망에 금리상승 압박 커져
국고채 매입·美금리 하락 영향 수급 우려 일부 해소
전문가들 "금리 상단 형성...추세 전환은 아직"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최근 5주 연속 상승하던 시장금리가 한국은행의 국고채 단순매입 결정에 힘입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뉴욕증시 급락으로 미국 금리마저 내리면서 시장에서는 내년도 역대 최대 확장재정에 따른 금리 급등세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국고채 3년물 및 10년물 금리의 기준금리 대비 스프레드 [자료=한국은행, 금융투자협회, 대신증권] |
9일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오전 11시32분 기준 전장 대비 3.7bp(0.037%) 내린 0.913%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5년물은 4.7bp 하락한 1.187%, 10년물은 3.7bp 빠진 1.519%를 기록중이다.
전날 거래에서도 국채금리는 약세를 보였다. 7일 0.973%까지 올랐던 3년물은 8일 0.949%로 하락했고, 5년물과 10년물도 각각 전장 대비 2.7bp, 3.1bp 빠지며 거래를 마쳤다.
이처럼 국채금리가 이틀 연속 하락한 데는 전날 한국은행의 국고채 매입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8일 한국은행은 올해 말까지 총 5조원 내외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결정이 향후 국고채 발행 확대에 따른 수급 불균형과 시장금리 급변동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1회성이 아닌 일정한 시한과 한도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최근 채권시장에서의 금리 상승 및 변동성 확대를 통화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결국 단발성 조치가 아닌 일정한 계획 하에 해당 문제를 접근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일 정부가 2021년 예산안을 발표한 직후 채권시장에서는 수급 부담 확대로 인한 금리 상승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 계획대로 올해보다 약 6조원 가량 증가한 사상 최대 규모의 국고채가 발행되면 가뜩이나 불안한 채권투자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한국은행 [사진=뉴스핌DB] 2020.08.28 alwaysame@newspim.com |
하지만 그동안 소극적으로 대처하던 한국은행이 곧바로 국고채 매입에 나서면서 마찰적 금리 상승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채권수급 불균형, 금리 급변동 우려를 선제적으로 완화하려는 목적"이라며 "8월초 이후 바닥에서 30bp 가량 반등한 국채금리의 안정화, 내년 발행시장에 대한 시장부담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적절한 조치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새벽 미국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 역시 금리 하락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4% 이상 빠진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 다우존스 지수도 각각 2%대 약세로 마감했다. 2년물 이상 미국 채권금리 역시 일제히 하락했다.
다만 최근의 시장금리 하락 되돌림이 지속될지 여부에 대해선 속단하기 이르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최근 이슈들이 불안심리가 높아진 국내 금리에 일부 안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내년까지 예정된 물량부담을 해소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차 추경 외에 내년 국고채 발행 계획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의 국고채 매입만으로는 투자심리를 온전히 되돌리기 미흡하다"며 "위위적 금리 하락이 아닌 시장불안 완화라는 점에서 추세 변화 모멘텀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한국은행의 정책 의지 확인은 향후 금리 상단은 1.60%대 이하에서 형성하게 만들 것"이라며 "반면 기준금리 인하 등 추가적인 정책 여지가 적다는 점에서 금리 상단 형성 및 제한적 하락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