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8개 설립 뒤 수익성 '하락'...몸집 불린 지 1년 만에 19억 적자 ↑
리틀리케 표절로 판매 중단...신사업 추진 과정서 '진통'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위메프가 지난해 사내벤처에서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킨 8개 자회사의 사업성에 물음표가 달렸다.
이들 자회사들은 작년 총 십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사내벤처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으로 제대로 경영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자회사 인벤터스의 요거트 브랜드인 리틀리케는 출시 6개월 만에 해외 브랜드 디자인 표절 논란으로 이달 판매를 중단하고 사업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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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 자회사 인벤터스의 요거트 브랜드 리틀리케가 디자인 표절로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사진은 리틀리케 홈페이지에 안내된 판매중단 공지문. 2020.09.11 nrd8120@newspim.com |
위메프는 사태 수습에 나섰다. 자회사의 경영과 조직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지난달 본사 사업본부 안에자회사를 통합 운영할 수 있는 조직을 꾸리는 준비에 착수했다.
◆자회사 8개 설립 뒤 수익성 '하락'...간편식 온라인몰 시장 반응 좋아 1위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위메프가 100% 지분율 보유하는 완전 자회사의 전체 수익성은 악화됐다.
현재 위메프는 12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 자회사는 지난해 1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적환했다. 이는 지난해 설립한 8개 자회사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실적 악화의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8개 자회사를 세우기 전인 2018년에는 위메프라이프서비스·믿업글로벌·에이치에스커머스·아이샵로그 홀딩스 등 4개 자회사가 1억4154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자회사 덩치를 키운 지 1년 만에 적자 폭이 약 19억원 확대된 것이다.
위메프는 지난해에만 65억원을 투자해 8개 자회사를 새로 설립하면서 몸집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3700억원의 투자 유치에 힘입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난해 1월 위성과 기타 방송사업을 영위하는 스노우볼컴퍼니와 에스오비를 시작으로 ▲몽류당 ▲티아이오 ▲파이커스 ▲예나르랩 ▲메디치컴퍼니 ▲인벤터스 등 8개 자회사를 세웠다.
업종도 위성 및 방송업부터 화장품·간편 조리식품 제조업·간편식 통신 판매업·가구 제조업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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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가 지난해 설립한 완전 자회사 명단. 2020.09.11 nrd8120@newspim.com |
신생 자회사들은 위메프 사내벤처에서 시작해 독립한 별도 법인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위메프에서 법인을 떼어낸 것은 각 자회사들의 독립적인 경영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그래야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2012년 '더블유, 뷰티'(W.Beauty), 2015년 '레드심플' 두 차례 자체 브랜드(PB) 사업에서 실패를 맛본 쓰라린 경험도 법인을 분리시킨 이유다.
위메프는 PB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브랜드 사업'을 통해 이커머스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려던 계산이 깔렸다. 직접 브랜드를 키워 위메프에서 단독 판매하면 '윈윈'(Win-Win)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경기 불황과 소비 심리 악화로 대기업들도 몸집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와중에 역발상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나름의 성과도 있다. 간편식을 판매하는 온라인몰인 메디치컴퍼니가 선보인 막창 브랜드 '혼막생활'은 위메프 전체 베스트 1위에 오를 정도로 시장 반응이 좋다.
◆리틀리케, 디자인 표절로 판매 중단..."브랜드 실험 계속해 시너지 내겠다"
다만 진통도 상당하다. 위메프가 자회사 경영에 개입하지 않는 원칙 아래 자회사의 미숙한 조직 운영에서 비롯된 시행착오로 재정적 손실도 발생했다.
최근 인벤터스는 지난 9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달 요거트 브랜드 리틀리케 판매를 중단한다고 사업 철수를 공식화 했다. 출시 6개월 만의 일이다. 발단은 해외 요거트 브랜드 '시기스'(siggi's)가 로고와 패키지 디자인이 일부 유사하다며 저작권 침해라고 문제 제기를 하면서다.
인벤터스는 스스로 디자인 일부 표절을 인정하고 합의 끝에 사업 철수를 택했다. 업계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육안으로 봤을 때 일부 흡사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법적으로 따져 보면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의견이 대체로 많았다.
위메프 측도 뒤늦게 본사 법무팀이 표절 여부를 검토한 결과, 디자인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법적 검토 전에 이미 리틀리케 측이 자체적으로 디자인 표절과 관련해 해당 제품의 판매 중단을 홈페이지에 공지해 브랜드 철수 입장을 번복할 수 없다는 게 위메프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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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리케 요거트 제품. [사진=리틀리케 홈페이지 캡처] 2020.09.11 nrd8120@newspim.com |
위메프 관계자는 "자회사의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본사가 경영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며 "리틀리케 담당자가 법적 검토를 거치지 않고 디자인 표절을 인정하고 판매 중단을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라 다시 입장을 철회할 수 없다"고 전했다.
리틀리케는 이이슬란드식 전통 요거트를 표방하고 있다. 마켓컬리에서 판매했는데 매니아층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 업계에서는 본업인 이커머스 사업이 지난해 적자가 두 배가량 늘어난 상황에서 무리한 신사업 추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위메프는 757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며 전년(390억원)에 비해 적자 폭이 배 가까이 불어났다.
본업도 만성 적자경영을 이어오고 있는데 부업도 손실이 나는 구조라 전체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회사의 사업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위메프도 뒷수습에 나섰다. 자회사의 경영상 여러 문제점이 발생한 점을 고려해 본사 PB본부 산하에 자회사를 통합 운영할 수 있는 조직을 꾸릴 계획이다. 지난달부터 통합 운영 조직 구성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자회사들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법적 문제·조직 운영 등을 측면에서 지원하겠다는 복안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자회사들이 사업 초기인 만큼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고 사내벤처에서 시작해 독립한 군소회사들"이라며 "이들이 브랜드 실험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이커머스와 시너지가 날 수 있게 하는 게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