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재택근무 근로자가 늘어나고 이동제한으로 단기 관광 여행객이 급감하자, 세계적 관광국들이 이색적인 장기 관광 비자 및 프로그램들로 디지털 노마드를 유인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단기 관광객들이 급감해 관광 수익이 급감한 국가들이 장기 체류하며 재택 근무할 디지털 노마드들을 유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니비치, 불가리아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불가리아 흑해 연안 서니비치에 위치한 리조트가 텅 비어 있다. 2020.06.25 gong@newspim.com |
스탠포드대학의 경제학자인 니콜라스 블룸은 미국 근로자 중 42%가 현재 풀타임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게다가 재택근무가 반영구적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다.
페이스북은 2021년 중반까지 직원들을 사무실로 복귀시키지 않을 것이라 밝혔고 트위터는 아예 직원들을 사무실로 복귀시키지 않을 것이라 발표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직원 100%의 사무실 복귀는 힘들 것이라며, 60~70% 가량의 인력이 순환근무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관광국들은 이러한 추세에 주목해 낮은 코로나19 감염률, 낮은 생활비, 매력적인 자연 환경과 생활양식 등을 내세워 장기 체류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서인도 제도의 영국령 앵귈라 섬은 지난달 21일부터 재택근무할 체류자들의 비자 신청을 받고 있다.
앵귈라 관광이사회는 지난달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는 디지털 노마드라 불리는 새로운 고객층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며 "이들은 연장된 체류 비자로 이 곳에서 원격 근무하면서 살 수 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3명에 불과한 앵귈라는 감염률이 0.2% 미만인 저위험 국가들로부터 들어오는 신청을 우선시하고 있다.
앵귈라에 3개월 체류하는 비용은 인당 1000달러(약 116만원), 4인 가족의 경우 1500달러(약 174만원) 수준이다. 장기 체류일 경우 두 배가 되는 입경료에는 두 차례의 코로나19 검사, 디지털 근로 허가서 및 제반 비용이 포함된다.
서인도 제도 영국 연방 내 독립국인 바베이도스는 1년짜리 체류 비자를 내주고 있다. 특히 신청 확인이 되면 5영업일 내 비자가 발급되는 등 빠른 처리 속도를 자랑하고 있다.
'12개월 바베이도스 웰컴 스탬프'라 불리는 이 비자는 지난 6월 30일부터 도입됐으며, 이번 주까지 1350명 이상이 신청했다. 비자 신청자의 40%는 미국인이다.
레스토랑과 카페, 공공 도서관, 공원 등 바베이도스 섬 전역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되고,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은 자녀를 공립학교에 보낼 수도 있다.
북대서양 영국령 섬인 버뮤다는 '워크 프롬 홈'이라는 비자 제도를 도입했다. 버뮤다 외 지역에서 채용된 여행객이나 대학 수준의 프로그램 수강자, 또는 지속적 연 소득을 입증할 수 있으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가족과 반려동물 동반 체류가 가능하며, 자녀는 공립 또는 사립학교에 다닐 수 있다.
제이슨 헤이워드 버뮤다 노동부 장관은 "이들 방문객은 버뮤다에 거주하면서 우리 일자리를 빼앗지 않고도 우리 경제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독립한 신생국 조지아는 지난 7월 말부터 미국 등 95개국에서 재택근무자를 받고 있다. 지난달 5일 기준으로 약 2700명이 '리모틀리 프롬 조지아'라는 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했다. 이 프로그램에 신청하면 무비자로 360일 이상 체류가 가능하다.
단 신청자는 월 소득이 2000달러(약 232만원) 이상이어야 하고 자가 비용으로 호텔에서 12일 간 격리를 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디지털 사회로 꼽히는 에스토니아는 12개월 간 체류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 비자' 제도를 지난달부터 시작했다.
비자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솅겐 조약 가입국 외 한국과 일본, 호주, 캐나다 등 일부 국가의 신청자에게만 발급되며, 신청자는 이전 6개월 간 월 소득이 3504유로(약 481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이 비자로 에스토니아의 국경 이동 제한을 우회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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