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아내와 아들 살해…1심 무기징역 선고에 항소
항소심 "범인 맞다…범행 일주일 전 다운받은 영화와 너무 비슷"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아내와 아들을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관악구 모자 살인 사건'의 범인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합의2부(함상훈 부장판사)는 29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도예가 조모(39) 씨에게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저희가 모든 사정을 고려했을 때 피고인이 이 사건의 범인인 것은 맞는 것 같다"며 "피고인의 항소에는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또 검찰 측의 양형부당 항소에 대해서도 "검찰에서는 사형을 구형했는데, 사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섭고 잔혹한 형벌인지 다 아실 것"이라며 "1심에서 이 모든 사정을 감안해서 형을 정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양형부당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고,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에 대해서도 무기징역이 선고된 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아 모든 항소를 기각하겠다"고 밝혔다.
법원로고[사진=뉴스핌DB] |
항소심 재판부는 객관적인 증거에 나타난 조 씨의 행적을 토대로 조 씨가 이 사건 범행의 진범이 맞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조 씨가 범행 일주일 전 <진범>이라는 영화를 다운로드하고, 범행 이틀 전에는 예능 <도시경찰 : KCSI>을 4편 다운로드한 것에 주목했다.
영화 <진범>은 칼이 범행도구로 사용되고 혈흔을 닦은 옷을 범인이 감춰버려 사건이 미궁에 빠졌으며, 범인이 피해자의 얼굴을 수건으로 덮은 뒤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침대 밑에 숨겨놨다는 내용이 나온다. <도시경찰>에서는 범죄현장에 출동해 덧신을 신는 방법, 유전자를 확인하고 지문을 채취하는 방법, 시약을 이용한 혈흔 확인 법 등이 상세히 나온다. 재판부는 "아내의 휴대전화는 침대커버와 매트리스 사이에 숨겨진 채 발견됐고, 아들 역시 사망 당시 베개가 얼굴에 놓인 채 발견됐고 휴대전화가 숨겨진 채 발견됐다"며 "우연이라고 하면 우연일지 모르겠지만 영화내용과 너무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 위(胃) 내용물을 통한 사망시각 추정의 부정확성 주장에 대해서도 "이 사건은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게 피해자들이 밥을 먹은 시간이 거의 일정하다고 생각한다"며 "부인의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내용 등에 비춰보면 상당히 구체적인 정보가 있다. 사망시각을 단정할 수 없다는 건 이 사건에 맞지 않는다. 모든 법의학자들은 아무리 길게 봐도 6시간 내에는 위가 비워진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내리지 않은 또 다른 판단을 내렸다. 아내와 아들이 사망한 자세와 찔린 부위 등을 봤을 때 범인이 양손잡이일 것이란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원래 왼손잡이인 것 같은데, 여러 상황을 보면 오른손으로 도예작업 등을 하는 등 양손을 원활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이고 피해자들의 사체를 봤을 때 이 범행은 양손잡이의 범행이 맞다"고 판단했다.
앞서 조 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한 다세대 주택에서 아내 A(41)씨와 아들 조모(6)군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의 시신은 A씨의 부친이 집을 방문했다 발견했다.
경찰 수사 결과 조 씨는 사건 발생 당일인 8월 21일 저녁 8시 56분경부터 다음날 새벽 1시 35분까지 현장에 머물렀다. 수사기관은 피해자들이 사건 발생 당일 오후 8시 이전에 식사를 마친 것으로 추정되는 점과 조 씨가 집에서 나오기까지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조 씨를 범인으로 보고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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