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하루 770만배럴 감산규모 연장 여부 검토
감산 연장시 유가 40달러 유지…정제마진에 부정적
원유 수급보다 석유제품 수요가 정유업황에 직접 영향
코로나 백신 개발 시점부터 업황 회복 본격화 기대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국내 정유업계가 석유 수출국들의 감산 연장 논의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항공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유가가 오를 경우 석유제품 가격은 따라주지 않아 오히려 정제마진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시설(Residue Upgrading Complex, RUC) [사진=에쓰오일] |
3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국 연합체인 OPEC+는 내년 1월로 예정된 증산 시점을 연기하기 위해 오는 3일(현지시간)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당초 1일 회의를 열고 내년 생산량을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회원국 간 의견차로 인해 논의가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OPEC+는 하루 770만배럴 감산폭을 내년 1월부터 200만배럴 축소할 계획이었지만 현행 감산 규모를 2~3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해왔다.
OPEC+가 감산 연장에 합의할 경우 정유업체들의 정제마진은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당분간 40달러 중반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석유제품 수요는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이란 정유사들이 구매하는 유가와 판매하는 석유제품 가격의 차이로, 석유제품 가격과 유가의 괴리가 커질수록 정유사들의 이익이 늘어난다.
등유와 항공유 수요가 작년 소비량의 60%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정제마진은 현재 배럴당 1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체들의 이익을 결정하는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BEP)은 배럴당 4달러 수준이다.
다만 OPEC+가 감산 연장에 합의하더라도 연장 기간이 최대 3개월이어서 이후에는 정유업계에 일부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부터 원유 생산량이 늘어나면 유가 하락으로 인해 석유제품에 대한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수요가 개선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정유업계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하락세였던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고 전망했다. 2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일보다 1.3원 오른 리터당 1,255.46원을 기록했다. 경유 판매가격도 1.32원 오른 리터당 1,065.86원을 나타냈다. 25일 오후 서울 시내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1,182원에 판매하고 있다. 2020.05.25 alwaysame@newspim.com |
하지만 업계는 원유 수급이 정유업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업황 부진의 원인인 석유제품 가격 하락이 회복하기 위해서는 제품 수요가 살아나야 하기 때문이다. 정유사들 입장에서 이익률이 높은 항공유만 해도 코로나19의 여파로 국제선 항공기가 90% 이상 멈춰서 있다. 휘발유 역시 유가가 상승하는 흐름에서는 전기차 선호 현상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
수요 부진으로 인한 재고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증류유 재고는 1억6000만배럴 수준으로 작년 평균(1억3000만배럴)보다 23% 가량 많다. 유럽, 싱가포르 역시 전년 대비 약 1.5배의 재고가 쌓여 있다.
석유제품 수요 회복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완료되는 시점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전 세계에 약 100억회분의 접종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백신 수송을 위해서는 항공기가 대규모 투입돼야 한다. 백신 보급 이후 이동량이 증가하면서 휘발유를 포함한 석유제품 수요 역시 덩달아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1970년대 오일쇼크 등 과거에는 공급이 정유업계 시황을 좌우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수요가 가격을 견인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며 "OPEC+의 결정에 따른 원유 수급보다는 코로나 여파로 훼손된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돼야만 업황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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