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현대重에 8000억대 매각
자산 매각으로 채권단에 약속한 3조 마련
1.2조 두산重 유증도 성공, 자구안 마무리
핵심 계열사 매각에 채권단 위주 비판도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두산그룹이 지난 3월 채권단과 직원들에게 약속한 '3조 자구안'을 9개월 만에 완수했다. 이례적인 빠른 속도는 물론 계열사와 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잡음도 적어 모범적인 구조조정 사례로 꼽힌다.
다만 사업구조 개편이 아니라 차입금 상환에 초점을 맞춘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는 인프라코어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솔루스를 매각하며 두산그룹은 현재와 미래의 성장동력 한 축을 잃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두산타워의 모습. 2020.09.22 dlsgur9757@newspim.com |
◆8000억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3조 모았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를 현대중공업그룹에 넘기기로 하면서 '3조 자구안'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0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중공업지주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양 측은 최종 가격 협상을 거쳐 올 연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두산인프라코어를 마지막으로 두산그룹은 올해 매물로 내놨던 계열사와 자산 매각을 모두 마무리했다.
두산그룹은 지난 3월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올해 안에 자산 매각 등을 통해 3조원 이상을 확보하고 1조원 이상의 차입금을 상환하겠다는 자구안을 내놓은 바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 8월 클럽모우CC를 매각한 금액으로 처음으로 차입금을 상환한 것을 시작으로, ▲동대문 두산타워(8000억원) ▲두산솔루스(6986억원) ▲㈜두산 모트롤사업부(4530억원) ▲네오플럭스(730억원)를 연달아 매각했다.
여기에 8000억원대로 알려진 두산인프라코어 매각도 성사 단계에 이르며 채권단에 약속한 3조원 자금 마련에 성공했다.
1조2000억원 규모의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총수 일가의 사재 출연도 모두 완료했다.
두산중공업이 지난 3~4일 진행한 1조21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청약 결과 100.27%의 청약률을 달성하며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이에 앞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한 ㈜두산 대주주들은 지난달 6063억원 규모의 두산퓨얼셀 지분을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했다.
이를 바탕으로 두산퓨얼셀도 33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두산퓨얼셀은 조달한 자금을 시설 확충 등으로 재투자해 수소 연료전지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이번 지분 수증을 통해 두산퓨얼셀의 최대주주가 돼 두 회사의 사업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며 "이를 통해 두산그룹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제공=두산그룹] |
◆"인프라코어도 가고, 솔루스도 가고.."
두산그룹은 단기간 내 자구안을 이행하며 모범적인 구조조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대로 원매자가 있는 매물이라면 현재나 미래의 핵심 계열사 마저 주저없이 판매하는 채권단 주도의 '매각 일변도' 구조조정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솔루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기준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중공업의 매출 51%, 영업이익 78%를 차지한 핵심 계열사다.
두산중공업의 손실을 메워 준 그룹 내 캐시카우로, 인프라코어를 매각하고 나면 당장 손실을 메워 줄 대안이 마땅치 않다.
두산퓨얼셀이 두산중공업 자회사로 편입되면 인프라코어 자리를 대체하는 모양새지만, 당장 매출 규모에서 차이가 크다. 두산퓨얼셀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액은 3000억원으로, 인프라코어(2조원)의 7분의 1 수준이다.
두산솔루스 역시 두산그룹 입장에서 떠나보내기 아쉬운 계열사다. 2차전지의 핵심부품인 전지박과 동박을 생사하는 두산솔루스는 세계적인 전기차 열풍과 함께 기업 가치가 날로 성장하고 있다.
두산솔루스의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 5만2500원으로, 연 초(2만650원) 대비 154% 성장했다. 국내 배터리 생산업체에 부품을 제공하고 있는 두산솔루스는 최근 테슬라와도 납품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었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솔루스는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두산중공업의 경영 방향과도 동떨어진 계열사라고 볼 수 없었다"며 "박정원 회장이 자구안을 마련하면서 사회적인 책임도 강조한 만큼 신속한 자구안 마련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전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