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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역사소설 '대망' 무단번역 사건…대법 "저작권법 위반 아니다"

기사입력 : 2020년12월21일 08:30

최종수정 : 2020년12월21일 08:30

1975년 해적판 출간…저작권법 시행 이후인 2005년 재출간
1·2심 "저작권법 위반 맞다" → 대법 "2차 저작물이라 처벌 안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일본의 베스트셀러 역사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대망'으로 국내에 무단 번역 출간한 출판사 대표를 저작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된 동서문화동판과 대표 고모 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동서문화동판(당시 동서문화사)은 1975년 4월 1일 일본의 베스트셀러인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허락 받지 않고 번역해 '대망'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그러다 우리나라가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 이듬해 회원국들이 지켜야 하는 저작권 보호 조약인 '베른협약'이 적용됐고, 국내에서 저작권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대망은 저작권이 소급되는 '회복저작물'이 됐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하지만 문제는 동서문화동판이 이후에 해당 소설을 다시 출간하면서 불거졌다. 솔출판사는 2000년 12월 일본의 원 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맺고 국내에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제목으로 이를 출간했는데, 동서문화동판이 2005년 기존의 '대망'을 수정해 출간하게 된 것이다. 이에 솔출판사는 동서문화동판과 그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1975년판과 2005년판이 단순히 오탈자 수정이나 어휘의 단순 변경, 가로쓰기 등 사소한 수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1·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번역자의 창작적 노력에 의해 추가된 표현과 새로 선택한 표현이 300곳 이상 발견돼 이는 동일하지 않은 출판물로 판단된다"면서 "저작권 침해의 정도가 상당히 커 죄책이 무겁다"며 고 씨에게 징역 8월 및 집행유예 1년을, 동서문화동판에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지만 "예기치 않게 저작권법이 시행되면서 결과적으로 피해를 입은 측면이 있고 민사사건에서 조정이 성립돼 피해 일부가 회복됐다"며 형을 각각 벌금 700만원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975년판과 2005년판은 차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공통된 표현 비중이 훨씬 커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원심을 뒤집었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회복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 저작물은 개정법 시행 이후에도 출간할 수 있다.

대법은 "원심 판결에는 저작권법상 2차적 저작물의 이용 행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건을 무죄 취지로 다시 판결하라고 돌려보냈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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