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조차 없는 3년전 참여연대 고발 이유로, 하나금융 불허
직접 제재 받은 금융사는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사실상 대주주 연좌제, "심사조차 못 받는 것은 가혹"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하나은행 등 하나금융그룹 4개 계열사의 마이데이터(MyData·본인신용정보관리업) 진출 무산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하나금융 계열사만 허가 심사가 중단된 탓인데 '대주주 연좌제'라는 비판의 여론이 높다. 초기 시장 선점이 관건인 마이데이터 시장에서 하나금융은 후발주자로 뒤처질 위기에 놓였다.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 [사진=하나금융그룹] |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4개 계열사(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하나카트·핀크)는 전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리스트에 결국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대주주 요건에 문제가 발생하면 심사를 중단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내부적으로도 하나금융 고발 건을 놓고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하나은행과 하나금투 등 하나금융 계열사와 삼성카드, 경남은행 등 6개사에 대해 '대주주 적격 요건'을 문제로 심사를 중단한 바 있다. 이후 심사 재개를 위한 협의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국 전날 예비허가 획득에 실패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발목이 잡혔다. 참여연대 등이 정유라 특혜 대출 의혹,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 특혜 승진 등과 관련해 하나금융을 고발했기 때문이다. 고발이 접수된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사건 배당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하나금융의 마이데이터 진출이 언제쯤 가능할지 가늠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검찰 수사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하나금융은 이번 예비허가에서 배제되며 마이데이터 사업이 '올스톱' 상태에 놓일 위기다.
마이데이터 같은 플랫폼 사업은 초기 시장 선점이 관건이다. 초기에 총력을 기울여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데 후발주자가 될 경우 사실상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에선 '형평성 논란'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대주주의 잘못으로 자회사가 불이익을 받게 된 점을 지적하는 것인데 반대로 사업 당사자가 잘못했을 경우에는 사업 시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로 중징계를 받은 금융사는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심사를 통과했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수 년전의 문제로 신규사업에 차질을 빚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대주주 규제 등에 발목이 잡혀 자회사들의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이 불가능한 구조가 '연좌제'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사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 준비를 위해 엄청난 자금과 인력 시간이 투자된 점을 알면서도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심사조차 받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주주 문제는 꼼꼼하게 따지며 당사자 결격 여부는 살펴보지 않는 것이 형평성에 맞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내년 2월 전에 마이데이터 심사가 재진행되고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며 "엄청난 시간과 노력, 돈을 투입했지만 사실상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격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