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전문가들 "평화협정 체결·상호 연락사무소 가능"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북핵문제 해결책 중 하나로 언급한 '외교적 인센티브'로 북미 외교관계 정상화가 유력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일(현지시각) 한반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벨기에(벨지끄) 브뤼셀자유대학 유럽학연구소 라몬 파체코 파르도(Ramon Pacheco Pardo) 한국석좌는 RFA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제공할 수 있는 대북 외교적 유인책으로 양국 외교 관계 정상화를 꼽았다. 비핵화 협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상호신뢰' 쪽으로 양국 간 관계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게 파르도 석좌의 설명이다.
[워싱턴 로이터=뉴스핌] 김근철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1.01.28 kckim100@newspim.com |
그는 북한이 지난 40여 년간 이를 목표로 두고 있었다며,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북한에 선 비핵화를 요구하면 북한이 이에 답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평화체제로 나아갈 수 있는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 또는 평양과 워싱턴DC에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을 제안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프랭크 엄(Frank Aum) 미국 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다시 협상장으로 불러오기 위한 유인책으로 인도주의 지원을 비롯해 2019년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거론된 평화체제 구축과 북미관계 정상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엄 연구원은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서 대북제재 완화 등 경제적 이익만을 원할 것으로 가정하지 말고, 체제안전 보장과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 그동안 북한이 거론한 다른 요구사항들에 대해서도 검토할 것을 조언했다.
조셉 디트라니(Joseph DeTrani) 전 6자회담 미국 특사는 전날 미국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체제보장을 바탕으로 미국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기 전까지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이러한 가정 아래 북핵협상에 앞서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과 외국인 직접 투자의 길을 열어주는 대신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건으로 북한에 정치범 수용소 해체를 얻어내는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여러 외교적 유인책들이 북한 측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해리 카지아니스(Harry Kazianis) 미국 국가이익센터 한국담당 국장은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관련 주요 행동에 먼저 나설 때에만 북측에 외교적 대화를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측의 핵폐기 관련 성의 표시나 진전 없이 일방적인 북미관계 정상화를 추진할 경우 자칫하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 케이토(CATO) 연구소 더그 밴도우(Doug Bandow) 수석 연구원은 최근 외교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미북관계 개선을 위한 선행 조건으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단계적인 상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밴도우 연구원은 하지만 미국이 미국인의 북한여행금지 해제, 군비축소 협상 등 좀 더 낮은 단계의 조치를 시작으로 향후 북한의 비핵화 협상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외교적 유인책을 통해 북한의 군사적 도발 등 긴장 고조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1일 방송된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추가 대북제재와 외교적 유인책을 동시에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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