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주가 한참 밑도는 희망공모가...최근 시세 '뚝' 떨어져
공모주 '균등배분' 도입에..."물량 확보한 보람 없어"
SK바이오사이언스, 3월 9~10일 공모청약 진행 예정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40만원 → 13만원.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하면서 장외주식 가격이 뚝 떨어졌다. 공모가가 장외주식 가격을 크게 밑돌기 때문이다.
9일 비상장주식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평균 25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나흘 전만 해도 40만원대까지 치솟던 인기 매물이었지만, 최근 올라온 매수 희망가는 13만원 수준이다.
[안동=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코로나19 백신 생산 현장을 시찰하며 완성된 백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2021.01.20.photo@newspim.com |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5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내고 IPO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주당 4만9000~6만5000원을 제시했다. 공모가가 최상단으로 확정돼 상장후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에 성공해도 주가는 17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최근 20~30만 원대에 SK바이오사이언스 장외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주판을 튕기는 상황이다. 장외주식 투자자 A씨는 "계산해보니 따상상상은 해줘야 수익권"이라며 "성장성을 보고 미리 투자한 것이지만 현재로선 가격 메리트가 없다보니 정리하고 상장 후 다시 사는 게 이득일 것 같다. 고민이 깊어진다"고 답답해 했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소액투자자들을 위한 균등배정 방식이 도입되면서 공모주 확보가 예전만큼 어렵지 않아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공모청약을 받는 주관사와 인수단이 총 6곳에 이른다. 복수의 증권사를 활용할 경우 각 증권사에서 최소수량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주주들 사이에서는 "미리 물량을 확보한 보람이 없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통 장외주식은 원하는 수량을 선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는데 올해는 소액투자자들에게 유리한 공모제도가 도입되면서 경쟁률이 낮아진 편"이라며 "단가가 센 장외주식을 미리 사는 것은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공장 안동 L하우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한 자회사다. 백신 개발과 위탁생산(CMO)을 주력하고 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CMO 계약, 미국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항원 개발 계약 등을 체결하며 몸값을 높였다.
코로나19 백신 기대감이 한창이던 지난해 하반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장외주식가는 주당 300만원대를 웃돌기도 했다. 유통물량이 적다는 점도 주가 폭등의 이유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98.04%는 모회사인 SK케미칼이 보유하고 있다.
이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0월 무상증자와 액면분할을 단행하며 '주식 쪼개기'에 나섰다. 먼저 1주당 신주 2주를 배정하며, 주가를 3분의 1로 낮췄다. 또 10분의 1 액면분할을 실시하며 3주를 가진 주주들에게 30주를 만들어줬다. 하지만 분할 초기 10만원대로 떨어진 주식은 상장을 앞두고 다시 치솟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타공인 올 상반기 IPO 시장 최대어다. 현재 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만 약 4조9725억원에 이른다. 앞서 상장한 SK바이오팜의 흥행을 넘어설지도 주목된다. SK바이오팜의 경우 공모 당시 시가총액 3조원대로 시작해 현재 11조원대까지 몸값을 높였다.
회사는 공모자금의 절반가량을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생산 시설 구축 △백신 CMO 사업 설비 증설 △바이오 CMO 연구·생산 시설 신축 △안동공장 기존 설비 증축·개선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또 신규 파이프라인 연구개발(R&D)을 추진하면서 성장성에 비중을 두겠단 방침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3월 4~5일 이틀에 걸쳐 기관투자자들을 대상 수요예측을 받아 공모가를 확정한다. 일반투자자들을 위한 공모청약은 내달 9~10일 진행될 예정이다. 상장예정 주식수는 총 7650만주이며, 이 가운데 최대주주인 SK케미칼이 68.43%를 보유한다. 공모주주와 우리사주조합 등 25.57%에 해당하는 1956만주는 상장 직후 유통될 전망이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