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재판서 위증한 혐의…1심은 혐의 모두 유죄 인정
2심, 일부만 인정하면서 1심 판결문 내용 삭제
대법 "재량권 벗어나…주문과 판단 내용에 모순도"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항소심 단계에서 이미 선고된 1심의 내용을 삭제해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재판부 재량을 넘어서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위증 혐의로 기소된 윤모 씨의 1심 판결을 직권으로 경정 결정한 항소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원심인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대법은 "원심 판결에는 경정의 허용범위와 방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이유모순의 잘못을 저질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윤 씨는 지난 2015년 자신의 일행이 택시기사와 경로 문제로 다투다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실을 목격하고서도 일행 재판에서 '그런 행위가 없었다'고 위증한 혐의로 이듬해 재판에 넘겨졌다.
윤 씨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변호인의 주신문에 "아저씨가 저희를 잡고 막 못 타게 하는 과정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폭행이나 그런 건 없었다"고 답했고, 검사가 반대신문에서 '서로 삿대질만 하고 접촉이 없었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1심 재판부는 이같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택시기사가 폭행당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도 적지 않다"며 변호인 질문에 폭행이 없었다고 증언한 피고인의 위증 혐의를 유죄로 본 1심 판결문 내용을 직권으로 경정 결정하고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
다만 검사 질문에 허위로 답한 혐의는 인정해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같은 항소심 판결에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은 "재판서에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 그밖에 이와 비슷한 잘못이 있음이 분명한 때에는 경정결정을 통해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지만, 이미 선고된 판결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경정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며 "이 사건의 경우 변호인 신문 관련 범죄사실을 삭제하고 이에 대해 이유무죄 판단을 추가하는 것으로 경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권으로 경정결정을 했다고 해도 주문에 이를 기재하지 않은 이상 경정결정으로서 효력도 생기지 않고, 앞에서는 '항소를 받아들인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주문에는 '항소 기각'으로 기재한 것은 판결 이유와 주문이 서로 저촉·모순되게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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