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주민들, 감시·처벌 일삼던 보위부에 반감 높아"
"국가에서 퇴직 후 보장 안 해줘…노후 가난하게 보내"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 국가보위성의 퇴직 간부들이 당국의 외면과 주민들의 냉대가 더해지면서 비참한 여생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체제 보위를 위해 주민 감시와 처벌에 앞장서는 보위성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이 매우 강해서 간부들이 퇴직한 후 비참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평양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난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당중앙위 진출' 56주년을 맞이해 마스크를 쓴 북한 군인들이 평양 만수대 언덕 김 위원장 동상에 헌화하고 있다. 2020.06.19 Kyodo/via REUTERS gong@newspim.com |
평안남도 안주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안주시 보위부에서 30여 년 동안 근무하다 지난해 퇴직한 한 간부가 요즘 생계대책으로 자전거 수리소를 차렸다"며 "보위부 퇴직 후 국가에서 식량조차 보장해주지 않아 먹고 살기 위해 자전거 수리소를 열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이처럼 당국으로부터 외면 받는 것도 문제지만 주민들 속에서는 보위부 간부라면 현직이든 퇴직했던 간에 '생사람을 잡거나 체제보위를 위해 주민들을 잔혹하게 다스리던 사람들'로 악명이 높아 보위부 출신이라면 이를 갈며 무조건 냉대하고 있다"면서 "수십 년간 지역주민 감시와 처벌을 일삼으며 체제보위안전에 충성을 다해온 보위부 간부들은 주민들의 가장 큰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아울러 "퇴직 간부는 자전거 수리소를 차렸지만 주민들의 쌀쌀한 눈초리를 받고 있어 손님이 없다"며 "자전거 부속품을 교체하거나 구멍 난 타이어를 수리할 필요가 있어도 주민들은 일부러 보위부 퇴직간부가 하는 수리소를 피해 다른 자전거수리소를 찾는다"고 귀띔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조선사람(북한 주민)치고 매일 매 시각 주민사상동향과 성분을 따지며 사람들을 감시하고 때려잡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보위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아무리 권력을 휘두르던 보위부 간부라고 해도 보위부를 퇴직하고 나면 개밥에 도토리 신세나 다를 바 없다"고 언급했다.
소식통은 "용천군에도 몇 년 전 지역담당 보위지도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간부가 있는데, 아직 속만 살아서 거드름 피우고 아무런 장사행위도 하지 않다 보니 동네에서 가장 가난하게 살고 있다"며 "매달 국가에서 지급하는 공로자 연금이라는 게 쌀 1키로 가격도 안된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이어 "현실이 이렇다 보니 보위부 간부들은 퇴직하기 전 퇴직한 다음 어떻게든 외화벌이기지에 들어가려 애쓰고 있지만 외화벌이회사에서는 보위부의 퇴직간부라면 언제라도 사람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위험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어 보위부 간부를 받아주기를 매우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결국 보위부 퇴직 간부는 사회 어디서나 차가운 시선을 받게 되고 당국으로부터 버림받은 신세로 전락하기 때문에 현역 보위부 간부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뇌물을 받아 챙기고 있으며 퇴직 후를 생각해서 부정부패에 깊숙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