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지난해 말 취임 당시 기후변화 대응을 우선과제로 꼽았지만 정작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이끄는 유럽중앙은행(ECB)은 실제 정책실행에서 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그린채권등의 매입 대신에 다른 기준에 의한 자산매입을 하겠다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연합(EU)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회사들이 발행하는 그린채권 매입을 확대해야 하고 반면 공해기업들의 회사채 매입은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ECB도 자산매입프로그램에서 이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라가르드는 ECB의 그린채권 등 그린자산 매입에 대해 취임 당시보다 훨씬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관련 전문가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ECB의 최고 의사결정권자 몇명을 인용해 FT는 새로운 재무모델과 공시체계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에 나설 것이고 이는 그린자산의 매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지난주 전략검토의 일환으로 ECB정책위원회가 실시한 기후변화 대응 아젠다 토론에서 정책위원회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가장 현실적 정책에 대해서는 이를 정부에 미루고 중앙은행이 이 이슈에서 선도적인 입장을 취하는데는 미온적이었다.
라가르드 총재는 그간 기후변화 대응에서 중앙은행의 선도적 역할을 강조했고, 정책위원회 멤버 일부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ECB가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환경관련 전문가들도 ECB가 그린자산을 사들이는 소위 '그린양적완화(Green Qㄸ)를 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산화탄소 배출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은 배제하고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 등 친환경적인 용도의 채권 매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
그런데 정작 ECB가 매입보유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는 내다팔고 또 담보인정 제한 등의 조치에 대해 정책위원들이 상당히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정책위원회 한 위원은 "공시제도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내용을 담는 것, 자산을 담보로 인정하는 것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결국은 중론은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데, 아직은 무엇이 그린이고 무엇이 브라운인지 모호한 경우가 많고 그런 가운데 이산화탄소 배출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을 배제한다는 것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무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소와 빌레로이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이달들어 "ECB가 매입 보유한 회사채와 대출채권 수 조 유로어치 가운데 탄소배출과 관련된 것을 되팔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번 정책위원회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장기적인 이슈에 대해 ECB의 그린QE 같은 단기적인 방책을 이렇게 짧은 기간에 결정하는 것에 대해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책위원회의 다른 한 멤버는 "ECB는 자산매입 프로그램에서 독자적인 평가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보다 기후변화 대응에 알맞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만일 인플레이션이 2%대가 되고 이자율이 정상화되어 QE를 종료하게 된 상황에서는 ECB가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ECB 정책위원회 회의에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 오는 9월까지 ECB정책위원회는 최소한 2회 이상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논의를 할 것이고 그때 ECB의 입장이 명확히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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