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신용 1726조1000억원…전년비 7.9%↑
가계대출, 전분기말 대비 44조5000억원 늘어
기타대출 역대 최대…"주식·부동산 자금 수요 증가"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지난해 가계 빚이 1700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주식 투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726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5조8000억원(7.9%) 증가했다. 가계신용이 1700조원을 넘어선 것은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래 처음이다.
가계신용은 우리나라 가계가 은행·보험사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이용액 등(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인 빚을 의미한다.
가계 빚 증가 규모는 지난 2016년(139조4000억원)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분기 증가액은 44조2000억원으로 2016년 4분기(46조1000억원), 지난해 3분기(44조6000억원)에 이어 역대 3위다.
(사진=한국은행) |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4분기말 기준 1630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말에 비해 44조5000억원(2.8%) 늘어났다. 2003년 통계 편제 이래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반면 지난 4분기말 기준 판매신용 잔액은 95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말에 비해 2000억원(0.2%) 감소했다.
가계대출을 상품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 모두 증가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4분기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910조6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20조2000억원 증가하며 2014년 4분기(24조2000억원) 이후 최대로 늘었다.
주담대는 주택 매매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지난해 2분기 29만6000호에서 4분기 35만호로 큰 폭 증가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719조500억원으로 4분기에만 24조2000억원 증가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신용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증가액은 3분기(22조3000억원)보다 늘었고, 2003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이를 우회하려는 수요가 발생하면서 신용 대출이 크게 늘었다. 또 주택 뿐 아니라 주식 투자 자금 수요와 코로나19에 따른 생활 자금 수요도 영향을 줬다.
업권별로도 예금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증가폭이 모두 확대됐다. 지난해 4분기말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849조9000억원,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323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각각 28조9000억원, 6조6000억원 늘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정부가 가계 신용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추가 대출 규제를 지난해 11월 내놨는데,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정부의 규제가 가계 빚 규모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