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확장보다 글로벌 진출 목표 부합
'포스트 김정태' 10년 뒤 코스 해석도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업계 최연소로 하나금융투자 대표에 선임되면서 업계에 기대와 궁금증이 나오고 있다. 이달 말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그는 증권업 경험은 전무하나 글로벌 진출이라는 하나금융투자의 당면 목표에는 적임자라는 평가다.
김정태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증권업 경험 없이 하나대투 대표를 역임한 바 있는데, 이은형 부회장이 김정태 이후 하나금융그룹의 10년 이후를 내다본 그룹 회장 후보로 첫 시험대에 오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사진=하나금융지주] |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5일 개최된 금룹임원후보취천위원회(그룹임추위)에서 신임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이은형 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은형 부회장은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이 확정될 예정이다. 임기는 선임이 확정된 이후부터 2년으로, 오는 2023년 3월까지 하나금융투자를 이끌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1974년으로 만 47세로 증권업계 최연소 CEO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7년 증권업계 최연소 CEO였던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과 같은 기록이다.
젊은 나이에 증권사 CEO로 선임되면서 하나금융투자의 손위 임원들이 대거 교체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에 젊은 CEO가 부임했던 전례를 봤을 때 그 점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나이를 기준으로 임원이 퇴진한다면 현재 하나금투에는 남을 수 있는 임원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뒤 중국 지린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베이징대 고문교수를 거쳐 2011년 하나금융지주 글로벌전략총괄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중국민생투자그룹 총괄부회장을 거쳐 지난해 3월 하나금융지주 글로벌 부회장에 발탁됐다. 당시에도 40대 부회장에 대해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 부회장은 증권업계 경험은 전무하다. 대부분의 증권업계 CEO가 증권업계에서 오래 종사한 것과 비교된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그가 증권사 수장으로서 전무적이고 세부적인 업무까지 챙길 수 있을지에 관한 우려가 존재한다.
다만 증권사 수장에게 증권업계 경험이 반드시 중요하지는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은행 출신이었던 김정태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지난 2007년 하나대투증권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진국 전 대표의 재임 기간 동안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이 대표가 부임했던 2016년 하나금융투자의 순이익은 866억원이었으나 지난해는 4109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하나금융투자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에 진입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빠른 속도로 성장한 만큼 추가적인 외형의 확장보다는 안정과 글로벌 진출에 중점을 둔 발탁으로 보인다"면서 "김정태 회장 역시 하나대투 대표를 역임했다. '포스트 김정태' 후보군인 이 부회장에게 증권업계까지 경험을 쌓게 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고 말했다.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