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방패막이' 尹, 4일 사퇴…"자유민주주의·국민보호 위해"
검찰, 월성 원전 경제성조작·김학의 불법 출금 등 사건 남아
윤석열 장모 수사도 '관심'…남은 수사 차질 없어야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옛말이 통하지 않아야 하는 곳이 있다. 검찰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4일 임명 1년 8개월여 만에 문재인 대통령에 사표를 던졌다. 임기 내내 정권과 갈등을 빚다가 여권을 중심으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논의가 본격화하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 판치게 되는 것)"이라며 직을 던진 것이다.
"앞으로도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던 윤 전 총장의 사퇴 발표는 마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고 세간의 관심은 윤 총장의 정치 입문 시기와 방식 등에 쏠린다.
그러나 검찰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정권에 맞섰던 윤 전 총장은 떠났지만 아직 검찰에는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여러 사건들이 여전히 결론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가 수사 중인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은 지난해 1월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핵심 여권 관계자 13명을 재판에 넘긴 이후 1년 넘게 추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사팀이 지난해 말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에 대한 기소 의견을 보고했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를 미루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윗선으로 여겨지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시각도 나온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검찰이 부러 정치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여권의 뭇매에도 수사는 이어졌지만 지난달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속영장 기각으로 암초를 맞닥뜨렸다. 여기에 윤 전 총장까지 사퇴하면서 향후 수사 향방은 더욱 알 수 없게 됐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의혹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첩된 이성윤 검사장 및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 역시 안갯속이다. 방향은 반대지만 전날 사퇴로 유력 대권 후보로 점쳐지는 윤 전 총장의 장모 관련 수사도 그 어느 때보다 결과가 주목되긴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윤 전 총장이 떠나면서 이성윤 검사장 등을 비롯해 친정권 검사가 차기 검찰총장에 거론되고 중수청 신설 논의가 추진되면서 검찰은 전례 없는 사실상 '해체' 위기에 놓였다.
검찰이 이같은 위기를 타개하는 길은 결국 윤 전 총장의 난 자리를 국민들이 모르도록 멈춤 없이 이들 수사를 마무리해 검찰의 존재 이유를 국민들로부터 인정받는 일 뿐이다. 윤 전 총장이 거듭 말했던 '국민의 검찰'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