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문장짜리 브리핑...윤석열 사의표명 후 1시간여 만에 전격 수용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표명에 대해 단 한 문장으로 된 문 대통령의 사의수용 사실만 짧게 언급했다. 왜 사의를 수용했는지,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한 마디 언급도 없었다.
문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했다는 정 수석의 춘추관 브리핑은 오후 3시 15분에 이뤄졌다.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후 불과 1시간이 지난 후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7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윤 총장의 사의표명 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사의수용이 속전속결로 이뤄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전날 대구를 방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것)'"이라며 '작심발언'을 쏟아낸 윤 총장은 이날 오전 '반차'를 내고 출근하지 않아 사의설이 돌았다. 윤 총장 주변에선 '사의설은 사실이 아니다', '이미 사의를 굳혔다'라고 상반된 입장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윤 총장의 사의표명은 임기 만료를 불과 4개월여를 앞두고 이뤄졌다. 여당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에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속전속결로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한 것은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윤 총장의 행보가 '정치 행보'라는 인식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3일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총장으로서 수행하는 것인지,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된다"며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를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어제 오늘 윤 총장이 하신 말씀을 보면 가장 먼저 법무부 장관하고 얘기를 해야 된다. 경우에 따라 청와대에도 얘기할 수도 있고, 아니면 여당과 얘기할 수 있고 또 국회와 얘기를 해야 된다며 "그런 것을 일체 하지 않고 언론하고만 상대를 하고 행동하는 것은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주어진 일 보다는 다른 생각이 있는 거 아닌가 점쳐지게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윤 총장의 최근 행보를 '정치적 행보'로 규정한 것으로 청와대의 인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윤 총장이 마지막 입장문을 보며 '정치행보'라는 인식이 확실히 굳혀졌다. 청와대는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 "정의와 상식이 무너져" 등의 발언을 놓고 검찰총장의 사의 입장문으로 적절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의 이런 인식은 시간을 끌었던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를 이날 수리하고 김진국 신임 민정수석을 임명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김 신임 수석은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실에 근무한 적이 있어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했다.
신현수 수석은 그동안 검찰과 법무부 간 갈등을 중재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문 대통령이 연일 끊이지 않는 검찰과 정권과의 갈등을 덮고 코로나19 백신접종과 경제살리기에 전념하기 위해서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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