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 욕실서 나오던 중 추행…사기그릇으로 상해 입혀
"여성이 놓였던 상황 면밀히 따져 살폈어야…수사 미진"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자신에 대한 강제추행을 방어하려다 상대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결정을 한 검찰 처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자의적 검찰권 행사"라고 비판했다.
헌재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지난 2019년 3월 12일 강제추행을 당한 청구인 A 씨의 상해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처분을 내린 것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9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1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 청구된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1.01.28 yooksa@newspim.com |
헌재는 "A 씨의 방위 행위로 피해자 B 씨가 상해를 입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며 "설령 A 씨의 행위가 상해죄 구성요건을 충족했다고 해도 정당방위에 관한 형법 제21조 제1항 또는 제3항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검찰은 B 씨가 A 씨의 방위 행위로 인한 피해가 형법상 상해죄에서 말하는 상해에 해당하는지를 명확히 한 다음 A 씨가 놓인 상황 등을 면밀히 따져 형법상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살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충분하고 합당한 조사 없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형법상 상해죄 또는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거나 중대한 수사 미진에 따른 자의적 검찰권 행사라 할 수 있다"며 "그로 인해 A 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헌재에 따르면 청구인 A 씨는 2018년 10월 31일 피해자 B 씨에게 사기그릇을 휘둘러 오른쪽 귀 부위가 찢어지는 치료 일수 미상의 상처를 내는 등 상해 혐의를 받았다.
A 씨와 B 씨는 서울 구로구 소재 고시원에 각각 살고 있었다. B 씨는 사건 당일 A 씨가 고시원 내 여성 공용 욕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밖에서 전원을 끄는 행위를 몇 차례 반복했다. B 씨는 욕실에서 나와 고시원 내 주방에 들어가는 A 씨를 뒤따라가 손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 가슴 부위를 움켜쥐는 등 추행했다.
이에 A 씨는 저항하기 위해 들고 있던 사기그릇을 휘둘러 B 씨에게 상해를 입혔다. B 씨는 법원에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징역 6월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A 씨에게도 상해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B 씨에게 추행을 당하고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상해 정도가 크지 않은 점, 1회 가격에 그친 점 등을 참작 사유로 들었다.
A 씨는 "경위와 정황 등에 비춰 볼 때 방어행위를 넘어 적극적으로 공격하려는 의사가 없었다"며 "정당방위에 해당함에도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