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중립성 위해 벌금형 삭제…자의적 차별 아니다"
"구체적 경위·불법성 정도 고려해 책임 상응 처벌 가능"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공무원의 정치운동죄에 대해 벌금형 없이 징역형과 자격정지형을 함께 부과하도록 규정한 법률 조항이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왔다.
헌재는 지방공무원의 정치운동죄에 대한 지방공무원법의 벌칙 규정인 제82조 제1항 중 정당 가입 권유 부분(제57조 제2항 제5호)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1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 청구된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1.01.28 yooksa@newspim.com |
헌재는 해당 조항이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벌금형에 관한 법관의 양형 재량을 제한하고 있다"면서도 "징역형과 자격정지형의 하한에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지방공무원이 정당 가입 권유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경위와 불법성 정도를 고려해 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량감경을 하지 않더라도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징역형에 대한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며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에는 징역형과 자격정지형 모두 선고유예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양형 재량을 통해 구체적인 죄질과 행위자의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형벌체계상 균형 상실로 인한 평등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공직선거법상 부정선거운동죄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 미성년자, 선거권이 없는 자, 국가공무원, 지방공무원, 정당의 당원이 도리 수 없는 사립학교 교원 등이 포함된다"며 "반면 지방공무원법상 정치운동죄는 그 주체를 공무원으로 한정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는 선거의 공정성과 더불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중요한 보호법익으로 하기 때문"이라며 "지방공무원법은 2013년까지 징역형 또는 벌금형의 선택형 체계를 유지했지만 예방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해 2014년 벌금형을 삭제하고 지금의 병과 규정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들로 볼 때 지방공무원법상 정치운동죄를 공직선거법상 부정선거운동죄와 다르게 규정한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자의적이어서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헌재에 따르면 청구인 A 씨는 충북 지역 공무원으로 지난 2018년 6월 13일 실시 예정인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관련해 2017년 8월경 군수 후보 경선에서 특정인을 지지해줄 권리당원 8명을 모집해 입당원서를 충북도당에 제출한 혐의를 받았다.
A 씨는 1심에서 공직선거법위반죄와 지방공무원법위반죄의 상상적 경합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 재판 중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2019년 2월 7일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A 씨는 "정치 운동이라고 해도 행위의 태양, 피해의 정도, 비난 가능성, 선거에 미치는 영향 등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며 "벌금형을 정하지 않고 징역형과 자격정지형의 병과를 정하는 것은 법정형 하한을 지나치게 높여 다양한 죄질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없게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직선거법의 부정선거운동죄와 지방공무원법의 정치운동죄의 입법 취지나 내용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며 "정치운동죄에만 벌금형을 두지 않은 것은 자의적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지방공무원법 제82조 제1항은 지방공무원의 정치운동죄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과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병과 규정하고 있다. 반면 공직선거법 제255조 제1항은 부정선거운동죄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택해 처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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