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안, 2022년7월까지 사외이사 남성 편중 개선해야
"능력 우선시해야, 성별 논하는 것 아이러니" vs "ESG 경영 흐름"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3월 국내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임기가 대거 만료 되는 가운데 여성 이사의 비중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4대 금융지주의 여성 사외이사는 많게는 2명에 그치거나 아예 없는 곳도 있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월 예정된 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는 사외이사 선임이 관건이다. 하지만 대부분 '연임'할 것으로 보이면서 새로운 여성 사외이사 선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총 31명 가운데 26명(84%)의 임기가 이달 말 종료된다. 따라서 신한금융 2명, 하나금융 2명 총 4명은 연임을 하지 못한다. 이들을 제외하고 22명은 연임이 유력하다.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은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지난 2018년 정기 주총에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전문가 최명희 이사를,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 여성 은행장을 지낸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을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해 총 2명의 여성 사외이사가 있다. 최 이사는 올해 3월 19일 임기가 끝나지만, 연임이 유력하다. 25일 정기 주총에 최 이사를 포함한 스튜어트 솔로몬, 선우석호, 정구환, 김경호 등 5명의 사외이사 전원을 1년 임기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라간다.
신한금융은 가장 많은 12명의 사외이사가 있지만 이 중 여성은 1명이다. 지난해 회계 및 세무 전문가인 윤재원 홍익대 경영대학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정기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총원을 10명에서 12명으로 늘리고 퇴임하는 2명의 자리를 포함해 신임 사외이사 4명을 새로 추천했지만, 새로운 여성 사외이사 유입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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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하나금융은 현재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유일한 여성 사외이사다. 하지만 이달 6년의 임기를 모두 채우면서 연임이 불가능하다. 하나금융은 이달 말 차 이사를 포함한 8명의 사외이사가 모두 임기가 동시에 끝나면서 6명의 사외이사에 대해 1년 임기로 재선임했고 권숙교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박동문 코오롱인터스트리 대표를 2년 임기의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결과적으로 권숙교 고문이 차 이사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여전히 여성 사외이사는 한명이다.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6명 중 5명의 임기가 이달 말 끝나지만, 재추천하면서 전원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금융은 여성 사외이사가 한명도 없어, 올해도 이 흐름을 이어갈 예정이다.
앞으로 여성 사외이사 선임은 필수적이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법인의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해당 기업은 늦어도 2022년 7월까지 조치를 완료해야 하지만, 주총을 거쳐 선임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금융의 경우 올해 주총과 내년 주총 두 차례밖에 기회가 없다. 적어도 내년에는 여성 사외이사 1명 이상을 선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법적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것에 의견이 갈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능력이 우선시 돼야 하는데 요즘 시대에 '성별'을 논해야 하는 게 아이러니하다"며 "여성 인력 풀은 정해져 있는데 강제 조항처럼 돼버리다 보니 동종업계서 자리만 이동하는 사외이사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하나금융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된 권숙교 고문은 현재 KB국민은행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또 하나금융 차은영 사외이사도 지난 2005년부터 5년 간 하나은행 사외이사를 역임하다 자리를 옮긴 것이다.
반면 의무적으로라도 여성 이사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대가 바뀌었다 해도 금융권은 여전히 보수적이라 여성이 임원이 되기 힘들다"며 "여성 사외이사를 늘리는 것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발맞춰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