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LSM, 등교수업 제대로 못 하는 코로나 시대의 학교"
필수 기능 중심으로 시스템 안정화 해야 할 것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신학기 개학 후 셋째 주가 지나가고 있지만, 공공 원격수업 플랫폼(LMS) 온라인클래스는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부가기능은커녕 출석 체크, 시간표 표시, 학생이 학습 콘텐츠를 봤는지 여부 등 수업에 반드시 필요한 기능조차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교사들의 하소연이다.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공공 LMS를 보고 있노라면 고교시절 배웠던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치옹 윤오영)이 떠오른다. 작가가 길가에서 방망이를 깎아 파는 노인에게 방망이 한 벌을 주문하며, 차 시간이 부족하니 '대충 깎아달라'고 요구하자 노인이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대답과 함께 이미 깎은 방망이를 또 깎는다는 내용이다.
김범주 사회문화부 기자 |
현재의 공공 LMS는 마치 깎다 만 방망이 같다. 충분한 현장테스트와 시범개통 기간을 거친 완벽한 제품이 학교 현장에 제공됐어야 했지만, 현재는 학교 현장의 교사와 학생들이 매일 수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교육당국에 알려주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늦춰지면서 사상 초유의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면서 발생된 혼란이 올해도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지난해의 신학기 온라인 수업 대란과 올해 프로그램에서 발생하는 오류의 원인은 다르지만,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다르지 않다.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도 크다. 공공 LMS를 통해 수행한 과제가 교사 시스템에는 '이행하지 않았다'고 표시되는 경우, 학습 이수율이 정확히 표시되지 않는 경우 등 오류도 제각각이다. 과제 수행 여부를 놓고 교사는 학생을 믿지 못하고, 같은 과제를 수 차례 반복하는 억울한 사례도 나왔다.
공공 LSM는 등교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코로나 시대의 학교다. 공교육의 경쟁력을 갖추자는데 반대하는 국민도 거의 없을 것이다. 구글, 줌(ZOOM)과 같은 외산 플랫폼 의존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고교학점제와 같은 교육체제 변화에도 활용할 수 있는 공공 프로그램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공 LMS의 개발 과정은 허술했다. 세금 37억원이 투입됐지만, 변변한 메뉴얼 없이 학교에 사용하도록 안내됐다. 시스템 테스트, 사용자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 등 허점이 드러났고, '조만간 안정화 될 것'이라는 기약없는 약속만 되풀이 해왔다.
'지난 1년간 뭐 했느냐'는 지적을 받기 전 준비된 결과물을 보여주고 싶었을 테지만, 오히려 어설프게 준비했다는 것이 들통난 꼴이 됐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러운 건 등교수업이 크게 확대되면서 온라인 수업 부담이 줄었다는 점이다. 이번 혼란을 교훈 삼아 신학기 수업 안정화는 물론 고교학점제 등에는 '제대로' 준비하는 교육부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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