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별로 6조~20조가 위험 대출·투자 노출
"부실이 10분의1만 발생시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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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국내 주요 은행들이 코로나19에 취약할 것으로 예측되는 산업을 선별해 익스포져(위험노출액)를 공시했다. 이들은 숙박, 항공운송, 자동차, 철강·금속 등을 대표 업종으로 꼽았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우리·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사업보고서를 통해 코로나 취약 업종의 익스포져를 별도로 공시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에 대해 은행이 대출채권, 유가증권 등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익스포져) 따로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해에 도움을 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평소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이 한 업종에 지나치게 쏠리지 않도록 제조, 도소매, 부동산 임대, 건설 등 업종별 익스포져를 관리하고 이를 공시한다. 이중 코로나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이는 상위 업종을 따로 골라내 외부에 공개했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기업이 위험요소가 있다고 판단해 그런(코로나) 익스포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며 "특히 이번 금융기관들의 코로나 익스포저 공시는 주주들에게 자율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도 정부가 강제하지 않고 기업 자율적으로 판단해 공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다만 코로나에 취약하다고 판단한 업종은 은행마다 차이가 있었다. 코로나 익스포져 공시 자체는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각각 따로 보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결정한 일인 만큼 업종은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선별했다"고 전했다. 실제 KB국민은행은 코로나 취약업종 익스포져를 따로 공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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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신한은행 코로나 익스포져 [자료=신한은행 사업보고서] 2021.03.22 milpark@newspim.com |
신한은행은 항공여객운송, 숙박, 석유정제, 창작 및 예술 관련, 영화관, 의류제조업, 여행업을 코로나 취약업종으로 꼽았다. 대출 규모는 약 6조원으로, 전체 기업여신 133조원의 4.5%다.(난외계정 등 포함시 코로나 익스포져 규모 총 11조원) 하나은행은 코로나 취약업종으로 항공운수, 숙박, 음식, 자동차, 석유정제, 여행을 선정했다. 기업여신 158조원의 8.9%인 14조원 규모다.(총 22조원)
우리은행은 업종을 보다 보수적으로 제시했다. 종합도소매, 숙박, 여행,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 운수, 교육, 섬유잡화, 금속, 비금속, 화학제품, 운송, 전자기기, 화장품 등 두 은행보다 업종을 전방위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에 우리은행의 코로나 익스포져는 전체 기업여신의 14%인 20조원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난외계정 등을 더하면 코로나 익스포져 규모가 34조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상황을 낙관한다고 볼 수 없는 수치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코로나 익스포져가 기업여신의 5~10%이면 전체 여신에선 3~5% 비중이라고 추산할 수 있다"며 "작년 말 은행권의 전체 여신 대비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6%였다. 코로나 익스포져에서 부실이 10분의1만 발생해도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단숨에 2배로 뛴다. 결코 여신 비중이 적지 않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크게 뛰는 흐름을 보였다. 2007년말 0.7%이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08년말 1.1%, 2009년말 1.2%, 2010년말 1.9%까지 올랐다. 이 본부장은 "당시에도 만기 연장 등의 조치가 이뤄지다 계속 지원을 가져갈 수 없어 정상화됐다"며 "이를 감안할 때 부실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지금도 가려져있을 뿐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