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팬텀'이 발레와 오페라, 뮤지컬이 결합한 무대 위 종합 예술의 극치를 선보인다. 성악을 베이스로 모든 장르를 자유롭게 오가는 배우 전동석의 목소리가 이를 대표한다.
'팬텀' 4번째 시즌 공연이 현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이 무대에 국내 최정상 배우와 소프라노, 발레 아티스트들이 한데 모였다. 팬텀 역의 박은태, 카이, 전동석, 규현, 크리스틴 다에 역 김소현, 임선혜, 이지혜, 김수를 비롯해 유명 발레리나 김주원, 황혜민, 최예원 등이 세상이 무너진 이 순간, 음악과 춤으로 모두를 위로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 뮤지컬 '팬텀' 공연 장면 [사진=(주)EMK뮤지컬컴퍼니] 2021.03.25 jyyang@newspim.com |
◆ 익숙한 '팬텀' 서사…전동석·김수·황혜민 애절한 로맨스
'팬텀'은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파리 오페라하우스 지하의 유령의 비밀스러운 로맨스를 담았다. 동명의 또 다른 뮤지컬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 다른 넘버, 다른 캐릭터들이 특징이다. 흉측한 얼굴로 지하에 숨어 살던 에릭(전동석)은 시골에서 온 소녀 크리스틴 다에(김수)의 목소리에 반하고 그를 무대에 세운다. 점차 팬텀에게 마음이 이끌린 크리스틴은 얼굴을 보여달라고 부탁하고, 에릭이 가면을 벗자 깜짝 놀라 도망친다.
전동석은 깊은 상처와 어두운 카리스마의 팬텀, 크리스틴 앞의 서툰 남자 에릭을 동시에 표현한다. 팬텀의 등장부터 그의 깊고 풍성한 성악톤의 목소리가 극장을 채운다. 마에스트로로서 레슨을 할 때는 섬세하고 맑은 소리, 또 화려한 기교와 깊은 감정을 목소리와 손 연기에 담아 표현한다. 특히 크리스틴을 향한 마음을 깨닫고, 그녀 역시도 그럴지도 모른단 가능성을 확인할 때 새삼스럽게 슬퍼지고 무너지는 에릭의 표정이 일품이다. 작은 희망 앞에 더욱 절망하는 에릭의 심리를 특유의 묘사로 탁월하게 전달해낸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 뮤지컬 '팬텀' 공연 장면 [사진=(주)EMK뮤지컬컴퍼니] 2021.03.25 jyyang@newspim.com |
크리스틴 역의 김수는 뮤지컬에 첫 도전하는 소프라노 성악가다. 앳된 신인의 얼굴과 청아한 목소리가 파리에 처음 와 프리마돈나를 꿈꾸는 극중 배역과 꼭 어울린다. 발레 무용수 황혜민과 윤전일은 놀라울 만큼 짙은 감성의 연기와 몸동작으로 객석을 한 순간에 에릭의 과거로 데려간다. 그의 깊은 상처와 슬픔의 근원을 담은 서사가 두 사람의 환상적인 춤으로 구현된다.
◆ '오페라의 유령'과는 다르다…아름다운 음악·춤·무대의 삼박자
'팬텀'의 에릭은 '오페라의 유령'에 비해 조금 더 연민을 자극하는 감성적인 캐릭터다. 에릭의 부모님 서사가 발레 공연으로 표현되고 어린 시절 일화가 더해지면서 강점이 극대화됐다. 지난 시즌에 비해 작아진 가면도 팬텀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더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사랑하는 크리스틴과 함께 있을 때 드러나는 에릭의 반쪽 얼굴은 중요한 감정신에서 객석을 순식간에 몰입시킨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 뮤지컬 '팬텀' 공연 장면 [사진=(주)EMK뮤지컬컴퍼니] 2021.03.25 jyyang@newspim.com |
이 공연은 발레, 오페라와 결합을 넘어 무대 예술의 정수로도 꼽힌다. 1막 마지막에 천장에서 떨어지는 대형 샹들리에, 팬텀의 등장, 사라짐에 동반되는 불꽃 효과, 2~3층 높이의 다양한 무대장치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2층 무대에서 에릭이 기둥을 따라 내려오는 장면은 판타지스럽고 극적인 팬텀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긴 팔다리로 줄을 타고 활강하는 전동석의 비주얼 역시 결코 잊을 수 없는 '팬텀'의 묘미다.
무엇보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아버지에게 느끼는 양가적인 감정의 공감대를 넘어, 에릭이 그리는 순수하고 애절한 로맨스는 여심을 흔들기 충분하다. 끔찍한 과거와 상처를 끌어안고 살던 그에게 빛이 된 크리스틴처럼, 세상이 무너진 이 순간 깊은 위로를 선사할 음악, 단 하나의 공연으로 '팬텀'을 추천한다. 오는 6월 27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