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의원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소급적용 추가
위헌 소지·현행법으로도 환수 가능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위헌 논란으로 사그라들던 부당이익 환수 소급적용 논의가 법안 발의로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여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 관련 법이 아닌 다른 법안 개정안에 부당이익 환수 소급적용을 포함시켰다. 부당이익의 완전한 환수를 위해 소급적용을 검토하겠다는 여당의 입장이지만 헌법이 보장된 재산권을 침해하고 정부 역시 기존 법률로 충분하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적용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 "소급적용으로 부당이익 몰수"...법안 발의로 의지 드러낸 여당
30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LH 투기 의혹 직원들의 부당이익 환수에 소급해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9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부동산 투기로 얻은 부당이익을 환수하는데 있어 소급적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부칙에 추가했다.
법률로 처벌 가능한 중대범죄행위에 ▲부동산 차명거래 ▲부당한 방법으로 토지 보상을 받는 경우 ▲LH 임직원이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한 경우를 새롭게 규정한다. 열거되지 않았던 범죄 중에서도 법정형 3년 이상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서도 적용하기로 했다.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 브리핑 [자료=국토교통부] |
앞서 여당은 24일 공공주택특별법과 공직자윤리법등이 포함된 'LH 3법'을 통과시키면서 소급 적용 조항은 위헌 논란을 이유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부당이익 환수가 가능할 것이냐는 여론의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이번 개정안은 지난 2008년 제정된 부패재산몰수법을 근거로 소급적용을 포함시켰다.
홍익표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 부패재산몰수법을 적용해 범죄이익을 몰수한 선례가 있어 개정안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여당은 부당이익에 대한 몰수 의지를 드러내면서 과거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재산 몰수 등의 사례를 근거로 소급 적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재산권 침해·기존 법률로 환수 가능" vs "보상법 개정으로 부당이익 환수"
정부와 전문가들은 소급 적용에 대해서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개정안이 헌법에 명시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기존 법률로 충분히 이익 환수 등이 가능하기에 논란이 되는 소급 적용까지 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29일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을 확정하면서 부당이익 환수에 관한 방안도 발표했다. 부당이익의 3~5배를 환수하고 투기행위자에 대해서는 토지 보상에 불이익을 주면서 농지는 강제처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부당이익 환수에 관한 소급적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부패방지권익위법에서 부당이득에 대해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익 환수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제13조 2항에는 소급입법에 의해 국민의 재산권을 박탈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헌법에는 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법안 심사나 이후 헌법소원 과정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서 소급 적용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정부는 발의된 법안에 대해 국회등과 충분히 논의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위헌 논란이 있어 실제 적용하기에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투기의혹에 연루된 대상자들이 환수에 반발해 위헌소송등을 낼 경우 지리한 싸움이 벌어지고 이들에 대한 처벌도 어려워질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노태우 정부가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려 했지만 헌법소원으로 인해 무산된 사례가 있다"며 "정부가 소급적용을 강행했다가 헌법소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으면 부당이익 환수도 어렵고 정부 신뢰도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토지보상작업이 아직 진행되지 않은만큼 토지보상 관련 법을 개정해 투기대상자에게 투기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소급적용 논란 없이 부당이익 환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투기 혐의가 발견된 사람에게는 원금만 보상하고 일정액수를 넘는 경우에는 분할 지급하도록 법 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며 "여기에 보유 기간에 따른 차등지급 방안도 도입해 처벌과 함께 투기를 예방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