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국내 MRO 시장규조 2조8000억…해외 의존이 '절반'
걸음마 수준 KAI 자회사·대한항공 가장 앞서…"글로벌 경쟁해야"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계기로 항공정비(MRO) 사업 확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해외 의존율이 높은 항공기 중정비를 대한항공이 맡을 경우 국내 산업 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대부분의 정비를 해외에 맡기는 저비용항공사(LCC) 입장에서도 다양한 대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 우기홍 사장 "중·장기적으로 해외 유출물량 국내 전환" 언급…MRO 확대 본격화 가능성
14일 업계에 따르면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최근 온라인 간담회에서 "중·장기적으로 MRO 해외 유출 물량을 국내 자체 정비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 사장의 발언은 자체 정비 물량만 소화했던 대한항공이 사업 확대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대한항공은 작년 말 입장문을 내고 "자체 정비 물량이 충분하고 양사 통합 후 보유한 정비 시설과 인력, 역량을 활용하면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며 사업 확장에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정비사업 확대 가능성을 다시 열어둔 이유는 국내 항공업계가 MRO 내재화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기 때문이다.
MRO는 엔진을 포함한 항공기 중정비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다. 정비인력에 의존하는 만큼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높다고 평가받는다. 2019년 기준 국내 MRO 전체 시장 규모는 2조8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해외 의존도가 50%에 육박하는 등 국내 산업기반은 취약하다는 게 문제다. 해외에 맡기는 비중이 높다보니 국부 유출 지적도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2020.04.22 mironj19@newspim.com |
◆ KAI 자회사 출범했지만 걸음마 수준…"원하는 조건 충족시 협력 가능" LCC도 긍정적
국내 항공사 가운데서는 대한항공 외에 아시아나항공 역시 중정비 일부를 자체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관련 설비와 기술력 부족으로 해외 물량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를 제외하면 MRO를 수행하는 업체는 2018년에 설립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자회사 한국항공서비스(KAEMS)가 있다. 하지만 이제 막 걸음마 단계로 수십년 간 기술력을 축적한 대한항공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항공정비 산업에서 가장 앞서 있는 대한항공이 적극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서지 않아 국내 산업기반이 형성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국가들은 제1 국적사가 MRO를 맡는 경우가 많다"며 "대한항공은 인건비 경쟁력이 낮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외면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루프트한자 자회사인 루프트한자테크닉이 전 세계 MRO 시장의 10%를 차지할 만큼 시장 내 영향력이 막강하다.
동남아 노선 등 대한항공과 일부 시장에서 경쟁하는 LCC 역시 중정비를 맡길 선택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점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 LCC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아직 사업 확대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힌 게 없어 말하기 힘들다"면서도 "현재도 다양한 업체와 협업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원하는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가정 하에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항공이 항공정비 사업을 확대하지 못한 것은 대기업에 대한 반기업 정서 등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사천에 있는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기술 축적도가 높은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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