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사회문화부 선임기자 = 과거 2010년대 초반 전셋값이 급등할 때가 있었다. 집값은 안오르고 전셋값만 미친 듯 오를 때였는데 당시 정부 고위관계자가 한마디 했다가 난리가 났다.
전셋값 앙등에 대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말이었는데 하여튼 이 발언 이후 '당시' 야권은 주택 임대차 3법 즉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제의 제도화를 제기했고 사유재산에 대해 반 시장적인 규제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당시 여권은 준공공임대주택제도와 민간임대 뉴스테이를 도입했다.
그 이후로 10년이 지났지만 전월세 특히 전셋값은 큰 하락없이 우상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대응하든 않든 전셋값은 서울과 주변도시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서울지역에서 전셋값이 왜 이렇게 올랐냐는 이유는 '가진 자의 욕심'이 아니라 주택 공급 부족 문제에서 찾아야한다. 주택 전월세는 '기대심리'로 포장된 다주택자의 욕심이 개입할 수 있는 주택 매맷값과 달리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세 불안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냥 공급량을 늘리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전월세는 수요-공급 원칙이 큰 요인이 되기 때문에 주택 공급이 늘면 전셋값은 떨어진다. 과거 2000년대 중반과 후반 이른바 역전세난이 벌어졌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초반 부동산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며 아파트 공급이 크게 늘어난데 기인한다.
특히 아파트형 공공임대주택은 전월세 문제 해결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최소 방2개 화장실 1개로 구성되는 아파트형 공공임대주택은 거주공간으로서 부족함이 적고 그럼에도 민간임대주택에 비해 임대료가 낮다. 아울러 '집주인 리스크'도 없다. 실제 아파트형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내집을 마련해야하겠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고 한다.
아파트형 공공임대주택의 회전율이 낮은 이유다. 오히려 소득이 늘어나 임차인 자격을 잃을까봐 적당히 버는 임대주택 거주자도 다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파트형 국민임대주택의 경우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고 대기 기간이 10년 이상인 곳도 수두룩하다. 특히 오세훈 시장 본인이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며 추진한 장기 전세주택 입주자의 경우는 이런 면이 더욱 두드러진다. 전세보증금 이차지원이나 1인가구 대상 임대주택을 공급하던 과거 서울시의 임대주택 정책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이 이에 기인한다.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서울의 높은 집값을 견디지 못하고 세를 살고 있지만 서울에서 살아야할 이유가 있다.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 이것이 서울시가 공공임대주택을 비롯한 전월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하는 이유다. 즉 시민들에게 서울 거주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해주고 중장기적으로 서울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 그것이 공공임대주택 공급이며 서울시의 역할일 것이다.
지난해 고 박원순 시장은 정부에 공시가격 결정권한을 지자체에 달라고 한 적이 있다. 부동산으로 불로소득을 얻는 '투기꾼'들에게 징벌적 과세를 해 그 불로소득을 뺏어내고 싶다는 게 박 시장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동산 투기꾼에 대한 징벌은 정부가 하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아니 넘친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시는 우선 주거문제 그 중에서도 주택임대차 문제를 안정시키는 것으로 우리 사회가 끝내 추진해야할 주택시장안정에 기여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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