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파이프라인' 이수혁이 오랜만에 가장 꿈꾸던 스크린 무대로 돌아왔다. 모델로, 또 다양한 드라마에서도 활약했지만 그가 가장 사랑하는 일은 바로 영화였다.
이수혁은 영화 '파이프라인' 개봉을 앞두고 25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2년 만에 빛을 본 작품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어릴 적부터 늘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를 꿈꿔왔다던 그는 유하 감독의 오랜 팬임을 털어놓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파이프라인'에 출연한 배우 이수혁 [사진=YG엔터테인먼트] 2021.05.26 jyyang@newspim.com |
"영화를 정말 많이 보고 좋아하고 영화에 나오는 게 꿈인 사람이었죠. 영화 복귀는 8년이나 걸렸지만 저예산이 아닌, 이렇게 큰 영화에서 메인 롤 중 하나로 인사드리게 된 건 처음이에요. 떨리기도 하고 기대도 되네요. 회사에서 유하 감독님 시나리오 준다고 해서 어떤 역인지도 모르고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이수혁이 언급한 유하 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쌍화점' '강남 1970'에서 권상우, 조인성, 이민호 등 굵직한 스타를 배출한 영화계 주요인사다. 이수혁은 유 감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가 고르고 결정한 게 아니라 선택을 받은 입장"이라면서 웃었다.
"처음 감독님 뵀을 때 기존에 본인의 영화나 결과와는 좀 다르고 새로운 걸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어두운 분위기보다 관객들이 쉽고 편하게,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셨고 함께 하는 게 영광스럽다고 생각했죠. 건우의 매력은 기존 감독님의 누아르 악역들과 다르게 약간 빈틈이 있어요. 도유라는 생소한 소재를 갖고 큰 판을 짜고 스토리를 이어가게 만드는 인물이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파이프라인'에 출연한 배우 이수혁 [사진=YG엔터테인먼트] 2021.05.26 jyyang@newspim.com |
이수혁이 연기한 황건우는 돈이라는 목표를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가지만 약간은 허술한 구석이 있다. 애초 도유판을 짠 것도 정유사 대표로서 해외에서 정유 사기를 당해 손실을 메꾸려 한 일이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어떤 희생과 살상도 아랑곳하지 않는 비정한 면을 보이기도 한다.
"감독님께서 그동안 제가 드라마에서 보여준 차갑고, 판타지스러운 이미지들과는 다른 걸 함께 만들어가길 원하셨어요. 제가 건우로 선택받은 게 기쁘기도 했고 참여하는 게 즐거웠어요. 드라마에서는 스타일이나 연기적으로 배우의 해석이 순발력있게 들어가는 부분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이번엔 시나리오 단계부터 감독님이 또렷하게 그려둔 이미지에 관해 소통을 많이 하면서 말투, 제스처, 옷 입는 것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를 했죠. 최대한 감독님이 원하는 것에 맞추려고 노력했고요."
약간 나사빠진 듯한 황건우의 캐릭터가 '파이프라인'에서는 약간은 섬뜩하면서도 독특한 지점으로 와닿는다. 덕분에 이수혁은 다른 드라마를 할 때보다 비주얼적으로 완벽을 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음을 털어놨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파이프라인'에 출연한 배우 이수혁 [사진=YG엔터테인먼트] 2021.05.26 jyyang@newspim.com |
"건우가 능숙한 악역이 아니라 약간은 아마추어적인 느낌이 있어요. 그동안 수많은 빌런을 만들어 오셨는데 이번엔 확실히 다른 걸 원하셨죠. 후반부에 빌런같은 면이 드러나지만 그 전에는 완벽한 긴장감과 악함만을 드러내는 악역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을 그려나갔어요. 전동 휠을 타는 신도 그렇고 비서 역 선배님과 하는 대사들도 묘하게 블랙코미디적인 느낌이 있거든요. 계속 각 잡고 나오기보다 좀 풀어지기도 하고 초반에는 무리에 휩쓸리는 듯한 면도 보이고요. 다 의도가 있으셨죠."
특히 이수혁은 벌써 연기자로 11년을 활동해온 만큼, 이제는 모델 타이틀보다는 완연한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차가운 이미지와 외모 덕에 조금은 한정됐던 배역의 폭이 조금씩 넓어진다는 걸 이제야 실감한다고도 했다.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다면 예능이나 다른 활동들도 마다하지 않겠단 각오다.
"배우의 꿈이 먼저였는데도, 모델 일을 하다보니 그 이미지가 각인됐죠. 연기의 폭을 넓히고 싶어서 체중도 늘려보고, 예능에서도 더 풀어진 모습을 보여드리려 한 적도 있어요. 제가 한 작품 중에선 '동네의 영웅'이라고 청년 백수 역을 맡아봤는데 재밌더라고요. 예전에는 조금 아쉽기만 했는데 계속해서 스펙트럼을 넓혀가려고 해요. 지금은 조금 기회가 늘어났어요. 꾸준히 노력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배우 이수혁으로 봐주시는 것 같기도 해요. 어쨌든 지금은 제 얼굴이 극장에 걸릴 수 있고 새로운 유하 감독님의 작품에 제가 있고, 이렇게 영화 홍보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해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