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큰 목표를 세우고 나아가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저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지금처럼 꾸준히 한 발 한 발 더 나은 노래를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발라드 가수의 계보를 잇는 정승환이 약 2년 만에 새 앨범 '다섯 마디'로 돌아왔다. 신보를 통해 예기치 못하게 맞이한 설렘의 순간부터 담담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별까지. 사랑의 시작과 끝을 정통 발라드로 풀어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정승환 [사진=안테나] 2021.05.27 alice09@newspim.com |
"2년 만에 앨범을 발매하는데, 일단 팬들이 오래 기다린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있어요. 이번엔 작업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애초에 앨범을 만들 때 '봄에 어울리는 발라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어요. 가을, 겨울에 많이 나오지만 봄‧여름이라고 발라드를 안 듣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해보자 싶었죠(웃음). 노래들이 잘 나온 것 같아서, 저도 할 수 있는 만큼 해서 나온 결과물이라 들어주시는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일만 남은 것 같아요."
이번 '다섯 마디'에는 타이틀곡 '친구, 그 오랜시간'을 포함해 총 다섯 곡이 수록돼 있다. 정승환에게 정통 발라드를 원했던 리스너들의 니즈를 제대로 충족시킬 앨범이자, 그의 초심과도 같은 앨범이다.
"이 앨범이 정통 발라드로 구성돼 있어요. 그렇게 의도했던 앨범이고요. 승부수를 띄우고 싶은 마음이 컸죠. 제 데뷔곡을 좋아해주신 분들에게 '정승환다운 앨범'을 느껴드리게 하고 싶었어요. '다섯 마디'를 통해 대중에게, 팬들에게 '제가 돌아왔습니다.'라고 인사하고 싶어요. 하하."
타이틀곡 '친구, 그 오랜시간'은 정통 발라드지만 오랜 친구를 향한 특별한 마음을 담은 고백 송이다. 이 노래는 정승환이 작사‧작곡에 참여했으며 작사진에는 소속사 대표이자 뮤지션 유희열과 스타 작사가 김이나가 함께 했다.
"곡 작업을 하면서 어떤 노래를 타이틀로 할까 고민하던 순간에 가장 마지막에 나온 노래가 '친구, 그 오랜 시간'이에요. 엄밀히 따지면 가장 먼저 만들어진 곡이자 마지막에 완성된 노래죠. 후렴구 멜로디가 수도 없이 바뀌면서 가사도 같이 고쳐나가고…. 처음 썼을 땐 지금의 가사 방향이 아니었어요(웃음). 가사를 쓰고 불러보고 듣다 보니 멜로디가 잘 안 살더라고요. 세레나데 느낌에 슬픔 정서를 녹이려다 보니 생각난 게 짝사랑이라는 테마였어요. 그래서 지금의 곡이 탄생했죠. 가장 오래 걸린 작업 중 하나에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정승환 [사진=안테나] 2021.05.27 alice09@newspim.com |
고백 송이지만 발라드이다 보니 슬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랜 시간 친구였던 상대에게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숱한 밤을 고민했던 시간들이 가사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는 "초조함과 간절함을 담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 노래는 결말이 지어지진 않았지만 슬픈 노래라고 생각해요. 말하지 못하고 애써 참아야했던 시간들이 들어가 있고요. 두 사람이 이어졌을지 안 이어졌을지 모르지만, 주인공이 보내왔던 시간을 보내면 슬프더라고요. 노래를 부를 때 슬픔도 있지만 그 안에서 초조함, 간절함을 담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이번 앨범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승환의 초심이 담겨 있다. 정통 발라드로 시작해 가요계에서 발라드 가수의 계보를 잇고 있는 만큼, '다섯 마디'는 그의 강점을 모두 쏟아냈다. 그러다보니 여느 앨범보다 더 많은 공을 쏟았다.
"이번 앨범은 참 어려웠어요. 앨범 구상할 때 제일 먼저 나온 키워드가 '백 투 더 베이직'이었거든요. '이 바보야' 노래가 실린 '목소리' 앨범도 다 발라드로 수록돼 있는데, 그때 의도가 목소리로 모든 것이 설명이 가능한 가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가 담겨 있어요(웃음). 작년 한 해는 데뷔 앨범과 결이 다른 앨범을 내서, 저도 발라드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고요. 그래서 '목소리' 앨범의 두 번째 버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봄에 발라드를 내는 게 쉽지 않은 시도인데, 어떻게 설득력을 가질지, 흥행과 무관하게 퀄리티가 좋아야 하기 때문에 공을 더 쏟을 수밖에 없었죠."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정승환 [사진=안테나] 2021.05.27 alice09@newspim.com |
정승환은 그간 발매한 곡들마다 차트 상위권에 안착하며 데뷔부터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공을 쏟은 결과물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만큼 차트에 대한 부담감은 존재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따로 있었다.
"차트 부담이 없진 않겠죠. 그런데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심경의 변화가 있었어요. 작년에는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하고 싶어 했던 음악을 시도했던 시간이었다면 언제부턴가 제가 제일 잘 하는 걸 진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더라고요. 이제 정말 발라드를 제대로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끌어내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죠. 그렇다고 발라드만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계속해서 다른 음악을 해 나갈 거지만 스스로 정체성을 다지고 싶었어요."
가요계에서 발라드 가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정승환에게 붙여진 수식어는 '발라드 세손'이다. 그는 "너무 감사한 수식어지만 오래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너무 감사한 수식어죠. 제 발라드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증거잖아요. 좋게 봐주시는 만큼, 제가 해온 대로 앞으로도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커요. 그래서 이 앨범이, 제 노래가 오래도록 플레이리스트에 머물렀으면 좋겠고요. 스스로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지금보다 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웃음)."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