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 남혐 논란 관련자 징계...직원과 대표 징계 형평성 논란
"디자이너는 해고, 마케팅 팀장은 평사원 강등" 주장 나와
GS25 대표직 물러난 조윤성, 편의점 포함 플랫폼 BU장직은 유지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GS리테일이 남성혐오(남혐) 논란을 일으킨 관련자를 징계한 가운데 형평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구체적인 징계 수위는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GS리테일 직원이 온라인 상에서 "디자이너는 해고 조치됐고 마케팅팀 팀장은 평사원으로 강등됐다"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최고 수준의 징계인 셈이다.
조윤성 GS리테일 사장 [사진=GS리테일] 2020.04.28 hrgu90@newspim.com |
문제는 논란의 진원지인 GS25의 총책임자였던 조윤성 사장의 인사조치다. 조 사장은 책임을 지고 편의점사업부장(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GS25가 포함된 오프라인 사업을 총괄하는 플랫폼 BU장은 그대로 유지한다.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GS리테일, 남혐 논란 관련자 징계...디자이너·마케팅팀 팀장엔 최고 수위
1일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최근 '남혐 논란' 진위를 파악한 뒤 관련자에 대한 징계 수위를 정하고 직원 개인에 이를 통보했다.
회사 측은 논란의 '캠핑가자' 홍보 포스터를 만든 디자이너는 징계를, 마케팅팀 팀장은 보직해임 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징계 수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SNS) 상에서 GS리테일 직원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지난 30일 SNS에 이들의 징계 수위를 언급해 주목받고 있다.
이 직원은 댓글을 통해 "경영진단 끝났다. 마케팅팀 팀장은 평사원 직무로 강등됐고 디자인 (담당한) 직원은 해고됐다"며 "임원급 인사이동도 다수 발생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GS리테일의 한 직원은 "디자이너는 해고됐고 마케팅팀 팀장은 평사원으로 강등됐다"고 언급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SNS 갈무리]2021.05.31 nrd8120@newspim.com |
이게 사실이라면 최고 수준의 징계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징계 수위 가운데 해고와 강등은 최고 수준"이라며 "강등되면 월급도 감봉 조치된다. GS리테일이 이 사안을 얼마나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남혐 논란 이후 분노를 표출하는 남성 고객들은 여전히 해당 직원에 대한 강력한 징계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이번 사태 확산으로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면서 GS25 가맹점주들의 매출 타격도 일부 발생한 것이 종합적으로 고려됐을 것이라는 게 시각이 우세하다.
◆"최고 책임자로 책임자 엄벌" 공언한 조윤성 사장...'GS25 총괄' 플랫폼 BU장은 그대로 유지 '논란'
반면 조윤성 사장은 그동안 겸직하던 편의점 사업부장(GS25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고 플랫폼 비즈니스유닛(BU)장만 유지한다. 해당 인사는 다음 달 1일자로 시행된다.
업계에서는 남혐 논란의 중심인 GS25 대표이사직 사임 배경을 놓고 경질성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이번 인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상 면피성 인사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플랫폼 BU장이 갖는 업무상 지위 때문이다.
플랫폼 BU장은 GS리테일의 편의점 사업부인 GS25, 수퍼마켓 사업부인 GS더프레시 등 오프라인 사업을 총괄한다. 그가 편의점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남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던 지난 4일 "(편의점) 사업을 맡고 있는 최고 책임자로서 1만5000여명의 경영주님들, GS25를 애용하고 아껴준 고객 여러분 모두에게 피해와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조윤성 GS25 사장 사과문. 2021.05.04 nrd8120@newspim.com |
그러면서 "저를 포함한 관련자 모두 철저한 경위를 조사하고 사규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받도록 하겠다"고 자신도 징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과는 다르게 조 사장의 인사 조치는 일반 직원 징계 수위에 비해 상당히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누리꾼은 "조 사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것인지, 해임이 된 건지도 불명확하다"며 "최고 책임자라고 밝히면서도 정작 직원의 징계 수위와 비교할 때 그의 책임의 무게는 너무 가볍다"고 날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GS홈쇼핑을 흡수합병하는 통합 GS리테일 조직 내에서 조 사장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실상 해임보다는 경영 리스크가 커진 편의점 사업을 떼내 조 사장의 기업 내 입지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부분을 해소시켜 줬다는 것이다.
통합 법인의 총괄 대표는 GS그룹의 오너 3세인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이 맡는다. 조 사장은 오프라인 유통전문가로 통한다.
2003년 LG유통으로 입사해 GS마트 춘천점장, 물류부문장, MD부문장까지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그는 GS25을 현재 편의점 업계 빅2로 키운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다. 허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로, 통합 GS리테일에서도 허 부회장을 도와 오프라인 유통사업을 총괄한다.
현재 GS리테일의 주력 사업은 편의점이다.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통합 법인 안에서 그의 입지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은 상당히 강도높은 징계를 받았지만 조 사장은 플랫폼 BU장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징계를 받았다고 얘기하기도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업계에선 오히려 영전(榮轉)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편의점 사업이 주력인 점을 고려할 때 그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