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디즈니+ 론칭하려면 상반기 중엔 제휴 윤곽 나와야
KT·LGU+, 디즈니 안 뺏기려 경쟁…과도한 요구에도 '쩔쩔'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올 하반기 국내 서비스 개시를 앞둔 디즈니플러스(+) 국내 인터넷(IP)TV 제휴 사업자로 LG유플러스를, 모바일 제휴 사업자로 KT를 확정했다는 보도에 대해 "양사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디즈니+ 론칭 일자가 가까워지면서 KT, LG유플러스의 '디즈니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자 다양한 제휴 시나리오가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갑'의 위치의 놓인 디즈니가 제휴를 원하는 통신사에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일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디즈니+의 IPTV 사업자로 낙점됐다는 보도에 대해 "아직 논의 중이며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이 발언하던 상황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당시 '농어촌 5G 공동이용' 행사에 참석한 황 사장은 "디즈니+와 (사업제휴에 대해) 계속 대화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KT 역시 "디즈니측과 사업 제휴에 대해 계속 논의 중이며 (모바일 제휴를 비롯한) 세부사항은 확정된 바 없다"고 답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플로어에 표시된 월트디즈니 로고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디자이너 '급구'·콘텐츠 심사 등...디즈니+ 론칭까지 코앞
양사의 부인에도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디즈니+ 제휴에 대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들이 나오는 이유는 늦어도 6~7월께에는 통신사와의 제휴계약이 마무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5월 넷플릭스와 IPTV 독점 제휴 계약을 맺었던 LG유플러스의 경우도 6개월 뒤인 그해 11월 IPTV를 통해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디즈니는 지난해 말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연내 한국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으므로 이를 감안하면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실제로 디즈니+의 국내 진출이 코앞에 다가온 정황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디즈니는 최근 디즈니+의 영화와 애니메이션 영문 로고를 한글화하기 위해 로고 및 2D 디자이너를 급하게 구한다는 채용공고를 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도 지난 4월 다수의 디즈니 오리지널 콘텐츠를 등급분류하기 위한 심의에 들어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제휴 계약을 맺은 뒤에도 셋톱박스에 탑재하기 위한 기술적인 부분이나 마케팅 관련 세부사항을 실무선에서 확정해야 하는데 선례를 감안하면 5~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시기상 현재 계약을 맺었음에도 통신사 쪽에서는 디즈니의 공식 발표를 기다리며 말을 아끼는 상황이거나 적어도 계약 마무리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디즈니+로 이용자수 반등 노려…'상전 모시기' 나선 KT·LGU+
SK텔레콤이 일찌감치 경쟁구도에서 빠졌지만 KT와 LG유플러스의 '디즈니+ 모시기'가 치열해지면서 디즈니의 '갑질'이 심해지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통신업계에서는 사실상 IPTV 사업권 없이 디즈니+와 모바일 제휴만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본다. 양사 모두 디즈니+ 유치를 통해 IPTV 가입자 수 반등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도권을 쥔 디즈니가 모바일과 IPTV 사업권을 나누길 원할 경우 통신사 입장에서는 이를 거절하기도 어렵다. KT와 LG유플러스가 디즈니+의 모바일과 IPTV 제휴계약을 따로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디즈니가 양사에 과도한 마케팅 비용 부담을 요구한 것이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사는 앞서 넷플릭스와 제휴한 뒤 가입자 유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디즈니+와 제휴를 맺는다면 이와 유사하거나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KT는 지난해 8월 넷플릭스와 제휴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3분기에 IPTV 가입자가 12만8000명 순증했다고 밝혔다. 디즈니+의 경우 넷플릭스와 타깃이용자가 달라 양사 모두와 제휴할 경우 가입자 확대 및 해지방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모바일과 IPTV 유치를 나눠서 한다면 디즈니가 요구하는 마케팅 등 비용도 분담할 수 있다"며 "모바일 제휴만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는 있지만 경쟁사에 아예 디즈니+를 뺏기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nanana@newspim.com